김관후(북제주문화원 사무국장)

“축구를 통하면 통일이 쉽습니다.”
이 말은 잭 워너 국제축구연맹 부회장이 최근 한국에 오자마자 꺼낸 말이다. 잭 워너는 누구인가? 그는 일본 개최 분위기로 가던 2002년 월드컵을 공동개최로 바꾼 주역이다.

그는 한국과 트리니나드토바고의 평가전에 참관하기 위해 방한, 판문점에도 다녀왔다. 그는, 축구 교환경기를 많이 하고 공동으로 국제대회를 개최하다 보면 통일은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구는 정치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도 월드컵 공동개최로 더욱 가까워지지 않았는가?

잭 워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남북축구교류사에는 경평축구(京平蹴球)가 자리잡고 있다. 1929년부터 경성(京城)축구단과 평양(平壤)축구단이 서로 장소를 바꾸어 가며 친선경기가 시작되었다.

첫 대회는 평양 팀이 이겼고, 다음 대회는 경성 팀이 이겼다. 그후 양 팀은 정식으로 창단 되어 본 궤도에 올랐으며, 그후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1946년 서울에서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무려 44년간 축구교류가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 10월 11일 평양에서, 10월 23일 서울에서 남북통일축구대회라는 이름으로 경평축구전이 부활하였다. 그리고 남북간의 체육교류와 국제대회에 단일 팀으로 참가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남북체육회담이 자주 개최되었다.

이후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에 남북이 한반도 지도를 국기 대신 사용하고 ‘코리아’라는 명칭을 붙인 단일 팀을 구성하였다. 코리아 팀은 8강에 오르며 세계에 한민족의 저력을 과시하였다. 이후 공백기간이 이어지다가 1999년 9월 평양에서 남북노동자축구대회가 열리면서 다시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중국과 미국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핑퐁외교도 잘 알고 있다. 당시 미국은 중국을 침략국으로 규정하고, 고립시키려는 외교정책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1년 4월 10일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하게 되는 역사적인 ‘핑퐁외교’ 가 시작되었다.

미국 탁구팀 15명이 북경공항에 내렸으며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가졌다. 이들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이후 중국 대륙을 공식 방문한 최초의 미국인이 되었다. 이후 6월10일 닉슨은 20년 넘게 계속돼 오던 중국에 대한 무역금지 조치를 해제하였다. 그리고 1972년 2월 21일 헨리 키신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였다.

이처럼 스포츠는 그 자체로 동반되는 여러 가지 작용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탁구 경기를 함으로서 외교를 텄고, 남한과 북한도 단일 팀 구성을 여러 번 시도하였다. 얼마 전에 우리 나라와 이라크간의 친선 축구경기로 서로의 우정을 높임으로서, 우리의 호의를 이라크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반대로 승부에 너무 집착하면, 역효과도 일어난다.

페루와 칠레는 축구 경기 때문에 전쟁까지 치렀다. 우리 나라와 일본은 무슨 경기든지 벌이면 꼭 국가적 자존심을 건다. 왜놈한테 지면, 현해탄에 빠져 죽으라는 강박관념이 우리의 뇌리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축구를 통하면 남북통일이 쉽다는 잭 워너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남북간 축구대회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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