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불리지역 직불제 사업 대상마을인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 마을 임원들이 주도해 보조금을 불법 수령한 사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면사무소 고위 직원이 무심코 뱉은 말이 기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보조금 불법수급의 정황을 일부 확인하고 전화하자 “부당하게 신청해 보조금을 수령한 금액에 대해서는 회수하면 됩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는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발상이다.

영농조건이 열악한 농촌 지역사회 유지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의 신뢰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데 수령금 반납조치만 하면 된다니.

농가들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조금을 일단 받아놓고 잘못이 드러날 경우 반환만하면 만사 끝이라는 말인가.

이번 사건은 마을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마을회 총무 등이 불법행위에 연루된 단서가 포착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보조금 부정수급은 일선행정의 허술한 관리체계에서 비롯됐다. 읍면사무소가 조건불리 직불제 과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선별조사만 했어도 이번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안이 그렇다면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철저히 조사해서 조치하겠다”고 말하는 게 적절했다.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를 덮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발언은 다급한 상황에서 나온 실언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올 사안이라는 현실 인식이 결여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담당 공무원의 상황 판단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사업의 신뢰성 제고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한   경   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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