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 속에 한해(旱害)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토심이 얕은 밭작물을 중심으로 잎마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근 파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앞으로 10일 정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큰 가뭄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현실이다.

해갈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던 태풍도 일본 쪽으로 비껴갔다.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당분간 비올 확률은 매우 적다고 한다.

가뭄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토양 중 유효 수분 함량이 크게 떨어져 가을 작물 피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항상 재난을 당할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재난 대책으로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가뭄을 피할 방법이 없다. 가뭄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최선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평소에는 예산타령으로 미적거리다 재난을 당해서야 허둥대는 그런 행정행태로는 그 어떤 재난도 막을 수 없다.

우리 고장의 여름철 농정의 최우선 과제는 가뭄에 대비하는 것이다. 다른 지방과 달리 홍수 피해가 그리 많지 않은 우리 고장에서는 농사를 각별하게 살피는 당국의 정성이 있기만 하면 어느 정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

미리 미리 가뭄에 대비하여 바다로 흘러 버리는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를 곳곳에 만들어 두었던들 가뭄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가뭄을 당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미리 미리 대비하지 못한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고 싶은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늘만을 쳐다보면서 농사를 지을 때는 이미 지났다. 가뭄 피해는 이미 천재(天災)가 아니다. 다행히 아직 물 기근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배가돼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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