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색의 건반과 현의 울림을 통해 만들어지는 장단 위로 대금가락이 의연하게 타고 흐른다. 음악의 아름다운 대화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자연음의 극치'라는 대금산조의 맥을 3대째 이어가고 있는 인간문화재 이생진씨와 동서양을 아우르는 피아니스트, 현대와 전통을 아우르는 피아니스트 임동창씨가 오랜만에 재회했다. 2004 한여름 밤의 해변축제 공연을 위해 제주를 찾은 것이다.

대금, 피리, 소금, 퉁소, 태평소 등 전통 취주악기의 연주와 국악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통한 이들의 '열린 음악'은 무더위 속에 기다려지는 소나기처럼 무더위에 지친 관객들을 시원하고 촉촉한 감동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생강씨는 단소독주 '추야월', 소금 독주 '강원풍류', 퉁소 독주 '메나리와 시나위'를 선보이며 '컬트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임동창씨는 임씨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살려 즉흥연주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엇보다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대금과 피아노의 시나위'다.
두 사람의 '공감'은 어설픈 크로스오버를 뛰어넘어 자유롭고 즐거운 음악세계로 인도한다.

남제주군 성산읍 온평리에 전수관을 짓고 있는 이생강씨는 "용연야범재현축제 등 공연차 제주에 자주 오는 편"이라며 "일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제주가 고향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음의 고향인 제주에서 좋은 만남으로 임동창씨와 재회하게 돼 반갑고 설레인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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