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주공아파트서 '환경콘서트' 열어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마을에 살았더래요∼"
지난 11일 저녁 8시 제주시 화북동 화북아파트단지.
구성진 노랫소리와 그에 어울러진 멋들어진 연주에 행인들의 발걸음이 유유히 이어진다.

어둠을 밝히던 아파트의 불빛도 한층, 한층 꺼지고 아이들과 손에 손을 잡은 가족들이 행사장으로 하나 둘 모여든다.
어느새 화북3단지 관리사무소 옆에 임시로 마련한 공연장은 주민들이 빼곡이 들어찼다.

박수를 치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람들은 최면에 걸린 듯 하나같이 공연에 깊이 빠졌다.
화북아파트 주민들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사로잡은 주인공은 다름아닌 제주시 '작은 환경음악대'.

작은환경음악대는 폐기물로 버려졌던 악기들을 재활용해 녹색무대를 펼치고 있는 환경음악대다.
제주시에 근무하는 강영길씨(29·폐기물환경사업소)와 오재근씨(30·폐기물환경사업소), 송원자씨(31·사회복지과) 3명의 멤버들로 구성된 작은 환경음악대는 지난해부터 폐기돼 버려진 악기들을 재활용해 직원들에게 연주를 들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그들의 무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화북동 주민들을 찾아간 이들은 이날 민요, '옹달샘' 환경동요, 포크송 등을 신나는 연주를 통해 주민들과 친밀감을 조성하는 한편 환경보전 실천 메시지를 전해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연장을 찾은 신은숙씨(36·여)는 "아파트단지까지 찾아와서 공연해주는 일이 드문 만큼 열심히 즐기고 있다"며 "이런 공연을 통해서 이웃들이 전부 같이 모여 인사를 나누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며 연신 즐거워했다.

저녁운동을 하다 발길을 돌렸다는 강복희씨(62·여)는 "음악소리에 이끌려서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다"며 "하루 이틀 연습해서 되는 것도 아닐텐데 공무원들이 바쁜 시간 내서 이렇게 좋은 음악 들려주니 너무 고맙다"며 환한 미소와 박수로 고마움을 전했다.

화북주공3아파트 자치위원회 김기찬 회장은 "버려진 악기를 재활용한 연주회, 자체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환경보전을 하자',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 하자'는 안내문 한 장 발송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는 콘서트"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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