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시·군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계층 개편에 시·군이 반발하고 있다. 시·군을 폐지하는 자치제의 후퇴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반발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광역 자치권을 확대한다는 논리로 또 다른 기초 자치권을 축소하는 것은, 해석에 따라 논리의 모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논리의 모순을 따지는 것이 본란의 소임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그 과정을 차분하게 밟아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특별히 강조해야 할 일이 있다. 행정계층 개편은 ‘주민의 의사’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 형태뿐만 아니라, 그것을 결정하는 절차까지 주민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

우리의 행정계층 개편은 시대와 장소의 개념까지 아울린 실질적인 작업이어야 한다. 그것은 행정책임자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일부 전문가의 의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행정계층 개편의 정당성은 그것 자체로서 완결되지 않는다. 그것의 형성과정에 주민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확보되었느냐 것을 대전제로 하여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그 목적에 정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민의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그 시책은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민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여 몇 사람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전체의 의견인 양 호도하거나, 공청회를 한 두 번 열어 면책의 구실로 삼는다면, 그것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공청회를 한 두 번 열어 어물쩍거리다가 ‘주민투표’에 의해 일거에 해결하려는 전략도 썩 좋은 방법이 아니다.

행정계층 개편을 서두는 사람들은 우선 주민의견을 제대로 듣겠다는 자세부터 갖추어야 한다. 시·군 반발에 귀를 기울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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