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문에 한번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실직자 명패를 단 젊은이도 있고, 한번 퇴출된 이후 영 복직이 안되는 실직자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한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생활의 기본적인 안정감을 획득할려고 하는  본능적인 생리를 가진다.

 그것은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절박한 것이 바로 ‘소속’을 통한 안전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한다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수입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직업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위한 사회활동과 참여를 확대해 나갈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준다는 사회심리적인 관점에서 고려해 볼때 일은 우리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더구나 지난 수십년 동안 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해온 우리사회 분위기로 짐작하건데 일터를 단순한 생계수단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삶 그 자체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실직자들이 가지는 고통에 공감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각종 사회복지정책이 잘 갖추어진 선진국과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청년실업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실직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에 대한 심리적 배려까지도 얘기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사치스럽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실직의 상태가 당장 지금의 문제도 되지만 이러한 상태가 몇 년, 몇십년도 갈수있는 문제이니 간단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현재 노동시장 상황으로 볼때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수록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층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된다. 직장에서는 기존 인력을 내보내는 것보다 신규채용을 않거나 혹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줄이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청년층의 취업난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직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산업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고 활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불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실업문제가 나올 때마다 항상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맨 먼저 대두되고 정부도 기업에 투자 활성화와 고용 증대 등 적극적인 취업대책을 당부하곤 하는 것이다.

 시내버스에 안내양이 있던 시절의 옛날 이야기다. 재수생이 시내버스를 타면서 학생 승차권(회수권)을 낸다. 이때 예리한(?) 안내양이라면 꼭 묻는다. “학생이예요?”. 그러면 학생승차권(회수권)을  냈던 재수생의 심정은 참담해 진다. 재수생에겐 공부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 인생에 있어서 거의 최초로 겪는 ‘무소속’의 서러움을 견더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실직자들은 처음엔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현실적인 압박감만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새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나는 삶은 패배자’란 자괴감이 생기면서 극단의 무력감과 함께 심한 우울증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직장을 없는 사람들에게 시급한 것은 당장 필요한 경제적 수입뿐만이 아니라 학생승차권(회수권)을 내면서도 안내양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수 있는 ‘심리적 소속감’이 아닐까

이  광  래(제주관광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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