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니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

이 말은 ‘효경’에 나오는 것으로 신체의 모든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어서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신체의 보존을 강조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의 헌혈 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자리잡아왔다.

▶며칠 전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30대 산모가 자연분만으로 아들을 출산한 뒤 O형의 피가 모자라 위급하다는 긴급 상황이 경찰 상황실에 접수됐다.

산모는 출산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종합병원에 옮겨졌으며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당시 제주지역 종합병원에는 O형 혈액이 바닥나 있었다.
병원은 ‘최후의 방법’으로 ‘긴급 헌혈’이라는 방법을 선택, 긴급수혈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 의무경찰 가운데 혈액형이 O형인 대원들을 시작으로 이른바 ‘릴레이 헌혈’이 시작됐다.
제주지역 전투경찰과 해군 장병 등 모두 74명이 참여했다.

산모는 이에 동참한 수십 명의 젊은 청년들의 ‘한결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제주지역 혈액 재고량이 바닥나 헌혈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

▶헌혈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일부를 다른 사람에 주는 숭고한 행동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하지만 피를 대신할만한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민들은 이처럼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헌혈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선뜻 이를 실천하는데 머뭇거린다.
적십자사와 정부는 이번 기회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를 둔 현재의 헌혈제도를 재검토, 안정적인 헌혈확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보면서 난데없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전시성 헌혈’은 그 취지의 순수성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들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어 찜찜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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