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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제주에서 항만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람과 물류 이동의 핵심기지로, 또는 연륙 교통의 통로로서의 기능은 바로 제주를 움직이는 동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항공편이 유효한 연륙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것이 항만의 고유기능을 훼손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제주지역 항만 개발은 특정 항만에만 편중되고 있어 지역항만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항은 역시 제주의 관문항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걸맞는 개발이 이뤄져야 하고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제주항에만 편중지원 할 경우 서귀포항이나 화순항 한림항 성산포항 등 도내 지역항만은 각각의 보유하고 있는 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점점 고유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이는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지방균형발전 정책’과도 맞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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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산남지역의 요충항만인 서귀포항과 화순항 개발은 해양치안과 구난(救難)전략 차원에서도 시급히 확장 개발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제주도내 어선이나 타시도 어선들의 주요 조업해역은 마라도 남쪽 등 동중국해상이다.
어선 해난사고 역시 이들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제주근해서 발생한 해난사고 중 56%가 이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매해 전체 해난사고의 절반 이상이 이곳 해상에서 발생했다.
그렇다면 해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구난체제가 확보돼야 한다.

구난함 또는 구난 경비정이 제주항에서 출동하는 경우와 화순항 또는 서귀포항에서 출동하는 경우, 사고현장까지 가는 시간은 화순항 등이 훨씬 빠르다.
해난 구조 활동은 촌각을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인명과 국민의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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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서의 원활한 해난사고 구조활동을 위해서 도내외 어선들의 주요 조업해역인 마라도 동남쪽과 가장 가까운 항만인 화순항을 구난전진기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화순항을 산남 물류 기지를 겸한 해난 구조함이나 해양경비정의 모항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항은 포화상태다. 그래서 제주해경의 경비함정도 선석을 찾지 못해 빈자리만 찾아다니는 형편이다.

대형선박에 밀린 해경경비정이 해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출동에 지장을 받을 것이 뻔한 이치다.
해경 경비정의 제주항에서의 숨바꼭질 정박에서 벗어나 신속하고 효율적인 해양경비와 해난 구조를 위해 늦었지만 제주해양 경찰서의 화순항 이전 등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해양 경찰서의 화순항 등 이전이나 구난함 경비정 등 해경의 일부 기능의 분산 필요성에 해경 관계자 등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이 부족한 인력 충원과 장비확충이 이뤄지고 서귀포항이나 화순항의 대폭적인 확장개발을 전제로 한다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만약 이같은 필요충분 조건이 충족됐을 때도 해경이 이전을 반대한다면 이는 “해경의 부서 이기주의”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서귀포항.화순항.한림항.성산항 등 도내 항만의 균형개발 필요성은 여기서 출발한다. 항만당국의 도내 항만개발과 관련한 균형 감각을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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