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법규로 도내 곳곳이 '온천지구'

온천개발에 고삐가 풀렸다.
제주지역의 온천개발은 1989년 북군 ‘세화․송당지구’가 온천지구로 처음 승인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1994년 ‘종달지구’가 승인된데 2000년대에는 서귀포시 ‘색달지구’와 남군 ‘상천지구’가 온천지구로 승인을 받았다.

2004년에는 지난 4월 30일 남군 안덕면 사계리 103만2000㎡ 일대가 온천보호지구로 승인 받았다. 또 8월 13일에는 삼매봉유원지 사업자인 (주)핀크스가 이 일대 지하 2003.8m에서 섭씨 42도 이상의 온천을 발견, 이를 서귀포시에 신고함으로써 제주에는 6개 온천지구가 생겨날 전망이다.

화산지대도 아닌 제주에 이처럼 많은 온천지구가 생겨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온천법 때문이다.
온천법과 온천법 시행령은 “온천을 지하로부터 용출되는 25℃ 이상의 온수로 그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지 아니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 때문에 사실상 누구든지 어느 곳에서나 이 요건에 맞는 온천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가장 엄격한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온도규정의 경우 지하 수백m 이상을 굴착하면 이 같은 요건에 합당한 온도를 갖춘 온천수를 얻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지하증온율에 따르면 지하 100미터 당 2~3℃의 온도가 증가한다. 이 같은 사실에 근거할 경우 비화산지대인 제주에서도 얼마든지 온천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천수를 25℃로 정한 일본에서 운영중인 온천들의 직수 온도(지하의 온도에서 똑바로 얻은 온천수)가 실제는 규정이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직수온도가 규정치에 다가서는 정도의 수준인 탓에 직수를 곧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저장하거나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여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20℃ 이상, 미국에서는 21.1℃(70°F) 이상, 한국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25℃ 이상을 온천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일본의 온천법은 천원(泉源)에서의 온도가 25℃ 이상이거나, 온천의 용해물질의 한계 값에 표시된 특정 물질 중 1종 이상을 규정량 이상 함유하는 물을 가리킨다.

즉 법규상으로 25℃ 이상의 용천은 물 이외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아도 온천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물 이외의 특정 성분이 그 규정량 이상 함유하고 있으면 25℃ 미만이라도 광천으로 온천법이 적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성분'이면 온천으로 간주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상당히 막연하고 단순한 규정이다. 보양온천의 경우 성분과 관련해 보충규정을 두고 있지만 상당부분의 온천은 이와 무관한게 현실이다.

항상 25℃이상의 온천으로서 관련성분 및 유리탄소(free CO2)의 함유량이 물 1kg중 1g이 되지 않는 단순온천이 전국 온천의 대부분인 실정상 제주지역 역시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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