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원인에 의해서 만성 간염이 계속되면, 간이 반복적으로 손상을 받아 상처가 남게 됩니다. 이것은 피부 화상을 입었을 때 처음에는 벌겋게 염증이 일어나지만 나중에는 울퉁불퉁한 상흔을 남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원인에 따라 다르기는 하여도 만성 간염을 앓는 환자 중 20~30%는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간경변으로 진행하면 정상적인 회복은 불가능합니다. 간경변에 의한 외관상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고 멀쩡한 분이 있는가 하면 일부 환자들은 복수, 복막염, 간성 혼수 등의 합병증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나아가서는 위, 식도 정맥류 출혈 및 간암이 발생하여 사망할 수 있으며, 출혈성 소인으로 지혈이 잘 안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간경변증은 임상적으로 범위가 매우 넓다고 하겠습니다.

간경변증은 있으나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고 임상적으로 괜찮은 상태를 대상성(代償性) 간경변증이라 하고, 각종 합병증을 동반한 상태의 간경변증을 비대상성(非代償性) 간경변증이라 합니다. B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만성간질환의 경우 만성간염 상태에서 대상성 간경변증으로 이행하는 율이 5년 동안에 12~20%, 대상성 간경변증에서 비대상성 간경변증으로 이행하는 율이 20~23%라 하니, 간경변증이라도 대상성과 비대상성은 임상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간경변증이라는 진단을 받으셨더라도 아직 전반적인 간기능이 괜찮은 대상성 간경변증이라면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고, 병의 관리를 잘 해서 간기능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간암의 조기 발견 및 치료에 힘쓰셔야 합니다.

만일 비대상성 간경변증이라면 간경변증의 각종 합병증이 나타나기 쉽고, 이러한 합병증 자체로 앓아 눕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간경변증에 대한 가장 확실한 검사는 복강경(腹腔鏡)검사나 간 조직검사입니다. 복강경검사는 배에 조그만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넣어서 간을 직접 관찰하는 검사로서 간의 표면에 우둘두둘한 경변의 소견이 보이면 그 자체로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는 조직검사에서 간 섬유화 등의 소견이 관찰되면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검사들은 환자에게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에, 대개 진찰 소견 및 혈액검사, 초음파나 CT 소견 등을 종합하면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간경변증의 60% 가량이 B형 간염바이러스에 기인하고, 20% 가량이 C형 간염바이러스에 기인합니다. 따라서 B형이나 C형 간염바이러스 표지자가 양성이라면 만성간질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위를 기울이고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짜거나, 맵거나, 단단하거나, 질긴 음식들은 제한해야 하며, 불규칙한 과식도 피해야 합니다. 영양장애가 대부분 동반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비타민, 아미노산 제제 등 영양보충을 해야 합니다.

과격한 운동, 등산, 힘든 일 등을 제한해야만 한다. 특히, 식도정맥류 출혈이 빈번한 환자에서는 환절기 온도변화, 과로 혹은 생활피로 등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수면과 안정을 필요로 합니다.

김   화   민
소화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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