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해외 여행을 할 때에는 비싼 호텔에 숙박하기가 부담스러워 B & B (Bed & Breakfast, 영국형 민박집)를 즐겨 찾는다.

몇 년전 케나다의 벤쿠버에서 이박삼일을 지내게 되었는데 비용이 족히 몇십만원은 될 것 같아서 주머니 사정을 걱정한 적이 있었다.

공항에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팜플렛에 적혀 있는 데로 예약을 하고 찾아갔더니 아름다운 숲과 꽃으로 둘러싸인 깔끔하게 정돈된 도로를 따라 조용하고 동화같은 전원 주택으로 안내되었다.

아시아에서 온 사람이라고 무시를 당하더라도 대충 지내기로 생각하였으나 민박집 주인 부부를 만나는 순간부터 걱정은 털어버렸다.

편하게 첫날밤을 지내고 아침식사에 초대되었는데, 미국의 동부지역에서 온 노부부, 호주에서 온 나이 든 할머니, 케나다 퀘벡 지역에서 출장나온 아가씨, 그리고 필자가 한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가정식 스프와 정찬의 진정한 맛을 느껴보았다.

필자에게 중국과 일본, 아시아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주어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아쉬움을 뒤로 이별을 나누고, 다음날 아침에는 미국의 중부지방에서 여행나온 젊은 부부와 케나다의 다른 지방에서 온 아가씨와 자리를 함께하였다.

마침 아들과 며느리, 손자가 찾아와서 민박집 가족들과 같이 태평양 연안 해변의 잔디밭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아주머니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소식도 없었다고 타이르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아저씨는 집사람이 잔소리를 많이 해도 사람은 좋다고 변명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우리 집도 그렇다라고 맞장구 쳐주었다.

초등학생 손자와 닭싸움도 하고 등에 업어주며 애기를 안는 것보다 편한지 보여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해안도로와 대학로의 숲 터널을 지나가면서 노래를 같이 부르기도 하였다.

민박집 아저씨는 능숙한 솜씨로 와인 한병을 따고 과일과 고기 안주를 테이블 위에 진열하더니 손님들에게 건네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금새 다정한 친구가 되면서 필자는 오래전에 제주도에서 보내진 돌하르방이 벤쿠버 항만 어느 곳에 외롭게 서 있을테니 찾아보아 달라고 부탁하였는데,제주에 돌아 온 후에는 항만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해안선을 지키며 서있는 돌하르방 사진을 이-메일로 전해 받아 감회가 새로웠다.

민박집을 떠나면서 필자가 지불한 비용은 이틀 숙박비와 아침식사로 100달러(우리 돈으로 10만원 정도)이다.

비용에 비하여 매우 값진 경험을 얻은 필자는 귀한 손님같이 대우 받았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야심만만한 청소년들에게는 해외여행할 때 방문을 권하고 싶고, 제주의 펜션이나 민박에서도 추억에 남을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손님들과 같이 어울려 주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조   시   중
제주특별자치도 통상담당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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