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ㆍ휴일 외면하는 가을 운동회

제주도내 초등학교 가을운동회가 13일 제주북교와 토평교를 시작으로 일제히 시작됐다.
어릴적 가을운동회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즐거운 날이기도 하지만 어른들도 그날만큼은 한데 어우러지는 마을잔치로 동네의 축제날이기도 하다. 그만큼 초등학교에서의 가을운동회는 마을의 큰 행사중 하나다.

이런 가을운동회 풍속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평일보다는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공휴일에 개최하는 학교가 늘고 있고 도시락 대신 배달음식으로 대신하고 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가 2학기 개학과 함께 운동회 연습으로 어린이들이 땡볕이 나는 운동장에서 지도교사의 마이크 음성에 따라 반복적인 연습을 해야만 했다.
요즘도 흙먼지 나는 운동장에서 운동회 연습을 하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행사나 경쟁을 유발하는 경기보다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많이 늘었다.

운동회 개최시기도 달라졌다. 맞벌이 부부 입장을 고려해 토요일과 일요일에 가을운동회를 개최하는 학교가 한라교를 비롯해 20개교에 이르고 있다.
오전에는 각 학년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오후에는 학부들이 참여하는 행사중심의 일정을 잡은 학교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학교가 평일위주로 열려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행사참가 자체가 어려운데다 자녀들의 점심까지 챙겨주지 못해 적지않은 심적고통을 겪고 있다. 봄에 실시한 5개 학교를 제외하면 99개 초등학교 중 79개 학교가 평일 운동회를 개최한다.

이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은 친구 학부모에게 부탁해 점심값을 주고 학교를 보내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운동장에 들려 점심을 같이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일도 일상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학부모 김모(42)씨는 “평일에 회사일을 제쳐두고 운동회에 참가할수 없는 입장”이라며 “차라리 휴일에 개최해 하루종일 자녀들과 즐길수 있는 운동회가 됐으면 한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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