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도정 취임 100일 성과와 과제

취임 100일을 맞은 김태환 도정에 대한 평가는 일단 우호적이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점, 전임 지사의 짙은 음영이 도정 곳곳에 배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시기이지만 어느 정도 '밑그림'은 그려졌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사는 "지난 100일은 참으로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힘차게 일 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마쳤으며 이제는 일로서 승부 하겠다"고 자신에 찬 속내를 비쳤다.

반면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제2의 도약 제주, 하나 된 힘으로'라는 제34대 제주도지사 취임 슬로건이 아직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되는 불경기를 비롯 전임 도정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 감귤산업을 중심으로 무너지는 1차산업 등이 제2의 도약을 힘들게 하고 있다.

여기에 특별자치도, 투자 유치 등 제주의 미래를 결정지을 굵직한 사안에 대한 행보도 느린 편이다.
불경기는 제주도라는 규모의 경제 내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로 치부한다하더라도 종종 터져 나오는 도정 관련 비리 및 의혹에는 소극적 대처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시장 근무당시에는 감귤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지만 도는 다르다"라는 김지사의 고백처럼 감귤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다.
일단 올해 산 처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는 하지만 간벌. 열매 솎기 등 단기처방 보다는 미래를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공통된 여론이다.

◆취임 100일 성과.
김도정이 내세우는 성과를 보면 '발로 뛰는 현장 행정','민의에 의한 정책 구현','안정속에 일하는 행정조직','21C 제주비전 제시' 등 4가지 원칙아래 먼저 5개 분야 20개 실천과제의 추진이다.

지역경제살리기 최우선 과제 선정,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세계평화의 섬 지정 및 미국 조지워싱턴대 제주캠퍼스타운 유치 양해각서 체결, 제1차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 확정, 내년 국고보조금 4084억원으로 올해 대비 23.5% 증가, 폐원.간벌 등 감귤 산업, 가축방역위생연구소 개소, 국제교류활동 증진과 국제회의산업육성 등도 꼽고 있다.

이러한 실적위주의 성과외에 도청 내외에서는 특유의 '장악력'으로 예상보다는 빨리 자리에 걸맞는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지사는 "시장 당시에는 직원들 눈빛만 봐도 모두 파악했지만 취임 초기에는 감이 안 잡혀 어려움을 겪었다"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다시말해 100일 동안 '행정통'답게 도청 업무의 전반을 속속들이 파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김지사는 "대한민국의 제주도를 세계속의 제주도로 바꾸어 내라는 도민의 신성한 여망을 가슴깊이 새기겠다"며 "세계로 미래로 도약하는 당당한 제주시대의 기틀을 다지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의 과제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도민 통합 위에 제주도의 미래를 모색하자는 것은 도민들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향후 김도정의 초점은 특별자치도 추진, 감귤산업 회생 및 관광활성화 등을 통한 경제살리기 등으로 모아질 전망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사는 특별자치도 문제와 관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고충을 전했다.
특별자치도는 제주도의 장래를 결정 짓는다는 점에서 현직 지사의 어깨를 그 만큼 무겁게 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끝없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

김지사가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김지사는 일단 행정계층구조라는 짐을 벗어 던졌다.
기초단체장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같이 안고 가기에는 버거운 문제라는 인식아래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분리 추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김도정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너무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것이 도민들의 평가다.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은"옳다고 여긴다면 과감하게 밀어 부칠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시정이 관리의 개념'이라면 '광역은 경영의 개념'이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감귤산업에 대한 재정립도 김도정의 숙제다.
최근 간벌, 폐원, 열매솎기 등은 지난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가 실시되면서 터져 나온 단어들이다.

무려 15년동안 도 감귤정책은 해거리 현상에 따른 풍작으로 가격하락을 되풀이 할 때마다 2년주기로 같은 정책을 펼쳐왔다.
장기적인 로드맵이 없는 셈이다.
감귤 산업 등 1차산업을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 이에 따른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제자유도시추진에 디딤돌인 외국 자본 유치 정책도 부실하다.
인천, 전남 광양만 경제특구에서 이미 3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자본을 유치하는 동안 보다 나은 조건을 갖고 있는 제주도는 계획만 세우는데 그쳤다는 것이 일관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본 유치를 행정면에서 보느냐 아니면 경영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성과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종전 도내 인사로 임명하던 관례를 벗어 던지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계식 정무부지사를 영입한 것은 대중앙 절충과 자본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지사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 사장 임명건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공고를 내고 공개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3명의 본부장에 대한 인사문제도 같이 처리할 방침"이라며 지방개발공사의 쇄신을 다짐했다.
취임 100일 이후 김도정의 변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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