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비축제' 현실과 '거리'
투자유치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추진단에서 준비중인 토지 비축제가 현실성이 없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김태환 도지사 공약사항이기도 한 이 제도는 제주도가 미리 일정 토지를 확보해 뒀다가 제주에 투자를 원하는 기업 등에 되팔아 토지 수용에 따른 불편을 해소해주고 도는 도대로 시세 차익으로 재정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토지 비축제가 수면위에 떠 오른 것은 제주에 투자 의향을 갖고 있는 기업이 발길을 돌리는 주된 이유가 토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 7대 선도프로젝트의 하나인 서귀포시 예래동 휴양형 종합주거단지 조성사업도 토지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8월말 전체 매수 목표면적 22만평 중 8만평 확보에 그치고 있다.
개발센터측은 "지역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 토지 확보에 도움을 주는 반면 전체 토지 가운데 34%에 이르는 외지인 토지가 문제"라며 "외지인중에서도 65% 정도는 팔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으나 나머지는 거절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제주대학교 인근에 위치하게 되는 첨단과학단지도 내년도 토지 매수를 앞두고 난항이 예고되는 실정이다.
강제수용 조항이 있지만 국. 공유지를 제외한 개인 토지주들의 협조여부가 우려되는 탓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투지유치 증진이라는 목표와 도지사 공약이라는 계산서를 받아 든 국제자유도시추진단은 울상만 짓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청내 투자진흥과, 재정경제과, 정책보좌관 및 부동산 전문가, 학계 등으로 구성하려던 기획단을 발족시키지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원마련 문제를 비롯 대상토지 매입 방안, 매입 대상지의 투기지역화 우려 등 '득보다는 실이 많다'라는 판단 속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형편이다.
부서 관계자는 "토지 비축제라는 것이 명분은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부동산 전문가 및 학계 관계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에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은 "무엇보다 사업에 적당한 부지 마련이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제주 토지가 다른 지방 농촌지역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일 뿐 아니라 개발 가능한 지역에는 대규모 필지가 보기 힘든 탓이다.
결국 토지 매입을 위해 다른 지방에 비해 더 많은 노력과 시간 및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을 잃게 만드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반면 남군 안덕면 서광서리에 들어서게 되는 130만평 규모의 역사.신화 공원은 출발부터 순조롭다.
마을 공동목장 100만평에 대한 매각 합의가 18일 센터측과 마을 사이에 이뤄져 예래동 휴양형 종합주거단지 및 첨단과학단지와는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유치로 마을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데 모아져 사업진행을 돕고 있다.
개발센터측은 "30만평에 대한 토지매입 작업이 향후 개별적 접촉을 통해 이뤄져야 하지만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획부지의 80%에 가까운 토지가 한번에 확보됨으로서 전체 사업진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바라는 토지비축제의 장점을 보여준 것으로 도는 이 제도가 투자유치 확대와 더불어 지방재정 운용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는 이점을 높이 사고 있다.
▲토지 비축할 자금마련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의 제123조 관련, 관광단지 개발 항목을 보면 그 규모를 모두 10만㎡이상으로 두고 있다.
온천법 제7조 1항 온천개발사업을 비롯 자연공원법 제2조 8호 공원시설 또는 동법 제18조제1항 집단시설지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6항 유원지 시설사업, 관광진흥법 및 타 법령에 의한 관광 사업이외의 관광객 이용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관광개발 사업 등이 포함되고 있다.
도시공원법 제3조의 묘지공원시설은 25만㎡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토지를 미리 사두려면 최소한 10만㎡ 이상을 감안해야 하는 것으로 재정자립도가 40% 이하 수준인 제주도가 과연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에 도 관계자는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욱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개인 업체에게 땅을 사두도록 하고 제주도가 이를 개발지역으로 지정해주는 것은 '정경유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쓸모 없는 토지가 개발지역으로 변모하는 사이에 엄청난 시세차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야한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땅을 사두면 행정기관이 개발지역으로 지정해주고 되파는 과정에서 이익이 생기는 데 마다할 업자가 있겠느냐"며 정책의 실현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토지 확보 방안 및 부작용.
제주도가 보호에 중점을 둬야하는 중산간 지역을 빼면 대규모 토지가 한 필지로 존재하는 곳은 드물다.
따라서 토지 매입 절차가 현재 개발추진 중인 지역과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강제 수용이 가능해도 토지주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것이 토지매입인데 최소한 10만㎡를 한 단지로 소유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으로 토지를 공급하기 위한 이 제도가 거꾸로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도가 토지 비축을 위해 땅을 사들인다는 소문이 퍼질 경우, 인근 지역은 투기대상 지역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크다.
도 관계자는 "학계 및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한 결과, 좁은 지역에서 소문 없이 대규모 토지를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토지비축을 도모하려던 것이 땅값만 올려놓는 결과를 빚게 된다"면서 "오히려 투자 유치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주도의 '토지 비축제' 추진과 관련, 도민들은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면 처음부터 포기하는 게 낫다"며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안 되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