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4개월 '영어생활' 김 모씨의 '추석 약속'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아버지 제사는 제가 차리겠습니다"
민속 고유 명절인 추석을 맞아 제주교도소가 가족 만남의 날 행사를 마련한 22일.
1986년 11월 군 생활 중 총기로 동료 3명을 살해, 22세 때 교도소에 들어와 17년 4개월 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40)는 이날이 누구 못지 않게 남다르다.

무기징역으로 평생 감옥생활을 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던 1998년 정부의 사면 및 복권. 감형 조치에 따라 김씨의 형기가 무기징역에서 징역 20년으로 감형돼 이제 추석을 2번 만 보내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수감생활 중 세상을 뜬 아버지의 제사도 차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재의 형기를 기준으로 할 대 2007년 5월 출소할 예정이다.
이날 어머니와 누나를 만난 김씨는 "빨리 시간이 흘러 아버지 산소를 찾아 새 삶을 살 것을 약속드리겠다"며 "어머니에게도 못 다한 효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1997년 5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이 곳에 복역 중인 임모씨(51)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수용자 교정 작품 전시회에서 공예부분 대상을 수상한데다 모범적인 생활로 수용자 누진계급 1급인 임씨는 언제라도 면회가 가능하나 제주에 가족이 없어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경남 김해에 있는 남동생이 전부인 임씨는 그 마저 일 때문에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임씨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

다름 아닌 남동생.
남동생의 연락을 받기 며칠 전 편지를 보낸 것이 그의 마음을 바꿔 버린 것이다.
임씨는 "그래도 형이라고 면회를 온 동생이 너무도 반갑다"며 "2년만에 봐서 그런지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며 동생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날 김씨와 임씨 외에도 모범수용자 19명은 가족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으며, 가족들 또한 교도소내 시설 등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와 관련 이일준 제주교도소장은 "가족 사랑을 실천하는 계기가 돼 수용자들의 출소 후 재범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꾼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제주교도소는 추석인 오는 28일 전 수용자 각 거실별로 합동차례 지내기를 실시해 수용자들에게 조상과 부모에 대한 경로 효친 사상을 일깨워 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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