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겪은 성읍초등생들의 '추석 희망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가을하늘 아래 운동장에는 개구쟁이들의 함성이 가득하다.
23일 전교생이 153명인 성읍초등학교 운동회는 학생들 모두가 잔치의 주인공이었다.

정의와 영주로 나뉘어 점수대결을 펼치는 '느영나영 한마음'잔치는 누구나 한번은 뛰어야 하고 자녀들의 흥겨운 율동에 부모들도 그동안의 시름을 잠시 잊었다.
지난 11일과 12일 엄청난 폭우로 집과 농작물이 잠기는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이곳 성읍민속마을에 초등학교 가을운동회가 23일 열렸다.

복구작업에 할 일이 태산같지만 이날만은 만국기 펄럭이는 운동장에서 자녀들의 재롱과 '영주이겨라' '정의 이겨라' 응원소리를 들으며 재기를 다졌다.
10일부터 이틀동안 이곳에 내린 비의 양만 398mm. 성읍민속마을은 주택과 상가 1백여동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고 특히 남문상가에 있는 토산품점과 식당은 모두 물에 잠겼다.

87년도에 이어 두 번째 수해로 성읍초등학교 어린이들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표정을 한결같이 밝기만 하다. 그 당시 폭우로 25명 정도인 한 학급에 7~8명이 수해를 당했다.
강소영어린이(2학년)는 "물이 갑자기 밀려들어와 무서웠었다"며 "침대까지 젖었지만 쓸수는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나혜원어린이는 "마루에까지 물이 들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며 "아직도 다 치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치우지 못한 가재도구가 널려있고 할 일이 태산같기만 하다는 한 학부모는 "오늘 가을운동회가 이런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며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애들은 어려서 물난리가 나도 힘든 것을 모른다"며 "부모들이 힘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히려 신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만 오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한 것은 천미천 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돼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며 이라며 "이제라도 빨리 정비가 이뤄져 이같은 수해가 되풀이 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도 "무서워서 울기도 했지만 이제는 괜찮다"며 앞으로 "이런 수해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한편 이날 '정의골 한마당'은 정의팀이 590점으로 440점을 얻는데 그친 영주팀을 누르고 승리를 차지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