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우후죽순'...경관 훼손

韓電, ‘매칭펀드 방식’ 채택...돈 없는 지자체 ‘소외’
국회 선병렬의원 국감자료


‘서울엔 별로 없는 전봇대, 제주는 ‘우후죽순’
배전선로(전깃줄)를 지하에 설치하는 지중화(地中化)사업이 지방 자치단체의 재정상황에 따라 불균등하게 추진되는 바람에 전국의 돈 있는 자치단체와 돈 없는 자치단체 간 지중화율 격차가 크게 벌이지고 있다..

특히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면서 국제 관광지로 도약하고 있는 제주지역 전선 지중화율이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경기.광주지역 보다도 크게 낮아 제주의 자연환경이 크게 잠식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3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선병렬(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제주지역 배전선로 지중화율은 6.6%로 서울 지중화율(47.4%)의 14% 수준에 그쳤다.
즉 서울은 제주지방 보다 지중화율이 7배 정도 높은 것이다.

서울에 이어 대전(28.2%), 인천(26.5%), 부산(21.8%) 등 6대 광역시들이 높은 지중 화율을 보였고, 제주와 경남 전북 강원 충북 충남 경북 전남 등은 2.5~6.6%의 극히 저조한 지중화율을 기록했다.
이런 격차의 원인은 한전이 배전선로 지중화사업에 ‘매칭펀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전은 현재 지상 위로 설치된 가공(架空)선로 확충 및 유지보수가 기술적으로 곤란한 지역에 대해서는 지중화 사업예산 전액을 부담하고 있으나, 이 밖의 지역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2분의1 또는 3분의1 이상을 부담할 경우 나머지 사업비에 대해서만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결국 돈 없는 지역은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전선지중화 사업에 모두 157억9400만원이 투입됐는데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 사업예산은 49억2700만원에 이른다.

한편 한전은 이 기간 전국적으로 1882억원(지자체부담 543억원) 상당의 지중화 사업을 벌였다.
배전선로 지중화율이 낮을 경우 난립된 전봇대와 전깃줄이 도심지 등의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집값 하락의 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선병렬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인 한전이 ‘매칭펀드 방식’으로 오히려 지역별 격차를 유발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재정력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만큼, 한전의 배전선로 지중화 예산을 지중화율이 낮은 지자체 에 우선 배정하는 쪽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흥남 기자 designtimesp=6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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