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최신 기종이 나오면서 많은 폐컴퓨터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컴퓨터는 썩지 않을뿐더러 납을 함유하고 있어 일반 쓰레기 매립장에 묻을 경우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재활용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내에서 발생하는 폐컴퓨터를 수거, 수출하는 업체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2002년 12월에 문을 연 다모아무역(대표 권숙지).
“사무용가구 판매업을 하다 실패해 방황하다 고물상에 처리곤란으로 쌓여있는 폐컴퓨터를 본 순간 재활용이 떠올라 이 길로 들어섰다”고 권 대표는 말했다.

그러나 수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정적 물량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 다모아무역은 현재 월 500대 정도를 베트남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물량이 적기 때문에 다른 지방을 경유하고 있다. 제주에서 직수출하면 채산성이 좋아지는데 컨테이너 한 대분(1500대)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도내에서 배출되는 폐컴퓨터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권 대표는 대략 월 1500~2000대로 추산하고 있다. 직수출 여건은 충분한 셈이다. 그러나 다모아무역과 같이 폐컴퓨터 수거업을 하고 있는 도내 3개 업체에서 수거하는 양은 월 1000대 정도. 나머지는 단순 압축돼 매립되고 있다고 한다.

권 대표는 이에 대해 “'돈'을 '돈' 주고 버리면서 환경은 파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폐컴퓨터에는 금과 은, 구리, 니켈 등 부가가치가 높은 금속들이 들어 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조차도 고급재질로 만들어져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그 자체가 자원 덩어리. 반면에 납 성분이 있어 매립할 경우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폐컴퓨터는 모으면 ‘자원’이지만 버리면 ‘독’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폐컴퓨터를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나 현재의 행정처리 시스템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권 대표가 동사무소에서 수거한 폐컴퓨터를 폐기물수수료만큼 주고 구입하겠다고 해도 “들어온 이상 내보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폐컴퓨터를 비롯해 가정에서 버리는 일반 가전제품 수거를 현재 행정에서 부과하는 폐기료 만큼만 받고 민간이 대행하도록 하는 것이 재활용률을 높이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하면 행정에서는 업무량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가정에서도 건물 바깥에 내 놓은 수고를 덜 수 있으며 사업자는 최대한 재활용, 수익을 크게 하고 나머지를 폐기장으로 보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논리다.
실제로 경북 포항시 같은 경우는 민간이 광고를 내 민원인으로부터 폐기물수수료 만큼 받고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권 대표는 이런 구상으로 제주시청에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그는 이에 대해 “처리비용을 놓고 민원인과의 마찰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하며 “ 그러나 수거업체에서 지불하는 단가와 민원인이 부담하는 폐기수수료 차이를 감안하면 이는 기우(杞憂)”라고 설명했다.

민원인이 직접 폐컴퓨터를 가져 올 경우 다모아무역에서 현재 지불하는 금액은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본체(586)는 6000원, 모니터(15인치)는 1만원으로 폐기수수료(본체 3000원, 모니터(17인치) 4500원)보다 훨씬 많아 비싸게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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