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참여정부는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추진전략의 하나로 자치경찰제를 확정, 발표했다. 2005년도에 광역ㆍ기초 자치단체 중 서너 곳을 선정하여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2006년 하반기에는 전국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경찰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작업에 돌입했다.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자치경찰제의 골격은 이렇다.

첫째 경찰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누되, 양(兩) 조직 간에 인사교류 등의 협력강화와 자치단체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광역 시ㆍ도에는 치안행정위원회를, 기초단체인 시ㆍ군ㆍ구에는 지역치안협의회를 설치, 운영한다.

둘째 국가경찰은 수사ㆍ정보ㆍ보안ㆍ경비ㆍ광역교통 등의 기능을 집행하고, 자치경찰은 방범순찰ㆍ기초질서단속ㆍ교통정리와 단속, 경미한 보건ㆍ환경ㆍ경제범죄 단속 등의 기능을 집행한다.  

셋째 자치경찰의 조직규모는 인구, 경제력, 지역특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되, 자치경찰의 신분은 당해 자치단체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지방공무원이며 초기에는 소요인력의 50%를 국가경찰에서 이관하며 나머지는 신규 채용한다. 

넷째 자치경찰의 운영경비는 원칙적으로 당해 자치단체가 부담하되, 어느 정도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범칙금 등으로 보충한다.

 내년부터 시범 실시되는 자치경찰제에 대한 주민의 기대와 호응이 크다고 할 수 있으나, 기본 얼개를 구성함에 있어 논리가 엉성하고 내용이 부실하며 역기능을 감경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다.

 첫째 자치경찰제는 헌법상으로나 자치이론상으로도 지방분권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경찰조직을 국가경찰 또는 자치경찰 중 어느 한쪽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2원적 조직으로 할 것인지 여부는 지방자치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 국가의 정치 문화적 배경과 치안여건 등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경찰분권화 국가의 상징인 영국의 경우에 잉글랜드ㆍ웨일즈 지방만 완전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치안이 복잡한 북아일랜드지방은 국가경찰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와 자치행정이 고도화된 스웨덴ㆍ핀란드 등의 북유럽 국가에서 지방경찰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거꾸로 자치경찰에서 국가경찰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둘째 자치단체장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광역 시?도에는 치안행정위원회를  둔다고 하나 정당별 지역편중이 심한 정치현실에서 오히려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개연성이 크다.

 셋째 경찰사무를 형식적으로 국가와 자치사무로 분리할 수 있겠으나, 경찰기능의 전국성ㆍ특수성을 고려할 때 대(對) 테러진압, 정보수집 등의 업무가 중복되어 양 조직 간에 갈등, 대립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이런 맥락에서 조직관리 운영의 비효율성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자치경찰사무로 분류한 업무들은 이미 특수사법경찰이란 이름으로 자치단체에서 권한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명칭만 자치경찰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

 넷째 자치경찰제를 창설할 경우 필연적으로 수백 명의 경찰공무원을 신규 채용해야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중앙정부가 자치경찰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국가보조를 해준다고는 하나 인구ㆍ경제규모 등의 지역편차에 따른 재정력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그래서 주민밀착형 경찰서비스의 양과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1998년의 재정자립도는 도 본청은 31.4%, 제주시는 57.2%, 서귀포시는 37.9%, 북제주군은 30.7%, 남제주군은 31.5%이다. 매년 재정자립도가 낮아져서 6년이 지난 2004년도의 그것은 도 본청은 29.1%, 제주시는 43.1%, 서귀포시는 22.7%, 북제주군은 21.1%, 남제주군은 20.7%이다.

 이렇듯 재정력이 열악한 제주에서 정부가 시범적으로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라고 주문할 때, 넙죽 절하고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계륵(鷄肋)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

 참여정부는 ‘시민에게 권력을 주는 방법이 분권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분권은 재정권한까지 이양할 때 빛난다. 참여정부가 마련한 자치경찰(안)은 이른바 절름발이 자치경찰에 불과하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행정계층구조개혁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까지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는 문제는 재고해야 한다. 

 경찰조직은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제도적 산물이기 때문에 자치경찰제의 시행은 시차를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오히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경우에는 정부구상을 뛰어넘는 특별한 자치경찰제도가 필요하다.

 논설위원 김  승  석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