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이달 685명 주민등록 말소

‘유령시민’ 또 무더기 양산
대부분 빚에 쫓긴 ‘채무자’...경기침체 장기화 ‘악순환’



제주시 연동에 사는 K씨는 최근 동사무소에 자녀(32)의 주민등록 말소를 신청했다.
카드 대금을 갚으라면서 카드회사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채무독촉 전화에 견디다 못해 아들이 행방불명 됐다고 신고했다.

K씨의 신고를 받은 동사무소는 현지 확인 후 주민등록을 곧바로 말소시켰다.
S 카드사는 최근 이도2동 동사무에서 채무자 H씨(48)의 주민등록 말소를 신청했다.
S 카드사는 채무자 H씨가 1년이상 카드대금 3000여만원을 갚지 않은 채 연락이 끊기자 H씨의 주민등록을 말소시켜 달라고 신청, 이도2동은 최근 H씨의 주민등록을 말소했다.

이달 들어 제주시민 수백명이 무더기로 주민등록 말소조치를 당했다.
제주시는 주민등록법상 연 2회 시행키로 된 주민등록 일제 정리기간을 통해 이달 543건 685명의 주민등록을 말소조치 했다.

제주시는 가족들의 신고에 따라 199건 207명의 주민등록을 말소하는 한편 나머지 344건 478명의 주민등록은 직권으로 말소했다.
이에 앞서 제주시는 올 상반기에도 가족들의 신고에 의해 140건 141명의 주민등록을 말소한 것을 비롯해 직권으로 256건 342명의 주민등록을 말소했다.

결과적으로 올들어 2차례의 주민등록 일제정리기간 중 1168명의 시민의 가족들의 신청 또는 제주시의 직권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실제는 주민등록상 거주지 인근에 머물면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카드대금 등을 제대로 내지 못하거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막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빚 독촉을 모면하기 위해 채무자 스스로 가족들을 통해 말소 신청하거나 이사한 뒤 고의를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나중에 10만원의 과태로만 내면 곧바로 주민등록이 되살아나는 제도상 허점을 악용하기도 한다.

제주시는 올해 주민등록이 말소돼 이른바 무적(無籍)시민으로 전락한 시민 가운데 80%정도가 심각한 경제난과 카드연체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의료보험 혜택은 물론 재취업 금융거래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며 투표권도 상실한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현재처럼 주민등록 말소자는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에는 카드사와 금융기관등으로부터 채무자의 주민등록을 말소해 달라는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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