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정작 기본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참 곤란하다.

지난 정부에서도 그렇게 하였듯이 지금 참여의 정부에서 가장 주목받을 만한 화두는 변화와 개혁이다. 기본은 바로 변화와 개혁의 목표에 해당이 된다.

그렇다면 개혁의 목표가 되는 이 기본은 이상세계에서 불러올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현실에서 묻어나오는 갈등과 고통의 소리 또는 삶의 현장에 드리워진 그늘로부터 이끌어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우선 그것을 정상적인 궤도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생활의 영역이든 사회생활의 영역이건 거기에는 공유된 규범과 규칙이 있다. 그러한 규범과 규칙은 명분화된 법률의 형태로 나타나 생활에 영향을 주지만, 대부분은 명문화 되지 않은채 남아 각 개인의 내면속에 있는 양심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 대부분을 지배하는 두가지 형태, 즉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공의 마음과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양심이 만약 없다면 우리 인간은 동물적 차원을 벗어날 수 없다.

거기에는 오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과 같은 정글의 법칙이 통용될 뿐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보다 성숙된 문화적 시민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내면속에 잠재되어 있는 이러한 공공의 마음과 양심이 살아 움직여 요동하는 파괴와 증오의 그림자를 몰아내지 않고는 실현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기본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홀로있을 때 부끄러움을 알아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고, 더불어 사는 이웃과도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의 정상궤도를 닦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손해본다고 생각하고 있고, 상식과 순리가 통하지 않으며, 법과 질서를 우습게 여기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미 일상생활이 되어버리다시피 한 거짓말과 속임수의 잘못된 습관, 자기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빗나간 처세술, 정도를 넘은 위험과 안전 불감증 따위는 우리들로 하여금 삶의 터전인 사회를 불신하게 만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각 개인의 행동은 다른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고 있으며 살아가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 상호간의 신뢰란 사회가 활력을 가지게 하고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며 이것을 상실했을 때 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기본이란 우리 각 사람의 마음이 신뢰로서 하나될 수 있도록 가슴 깊숙히 잠재되어 있는 더불어 사는 공공의 마음과 양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어느 그리스 철인(哲人)은 양심에 비추어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얼굴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이라고 했다. 그 빛을 잃어버린 사회는 기본이 안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것은 우리가 반드시 회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제주관광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이    광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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