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매장 기계적 계산 반감 인간적 情 있는곳이 좋아요"

"하나만 더 주세요"
"이것도 많이 드린 거라니까요"
홍시를 팔고 있는 수레 앞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재래시장에 가면 상인과 주부들의 쟁탈전은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런 맛으로 시장에 오죠. 별 것 아니지만 물건 하나 더 얻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답니다"

지난 23일 버스를 타고 족히 30분은 달려왔을 조천읍 함덕리 오진선씨(33).
그녀는 집 근처에 할인매장이 있지만 버스를 타면 30분을 달려와야 도착하는 제주시 동문시장 보기의 재미를 '에누리'라고 단번에 얘기한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장을 보고 있는 박지혜씨(36·일도2동)는 "한가한 주말이면 아이들과 장을 보러 나온다"며 "특히 아이들의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아주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곤두박질하던 재래시장의 상권이 다소 활기를 뛰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평가다.
수십년간 어물장사를 하고 있는 한양순씨(65)는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매상이 올랐다기 보다는 자잘한 물건이나 적은 양이라도 사러오는 손님들이 늘었다"며 "특히 젊은 주부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문서영씨(45)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를 사러오는 젊은 주부들이 늘었다"며 "사먹는 김치가 간단하고 편하긴 하지만 그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서 김치를 직접 담가 먹으려는 젊은 주부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주부들이 다시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은 몇 푼 안 되는 장바구니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또 단품 위주의 재래시장을 찾음으로써 다양하게 물건 구색이 갖춰져 있는 대형할인매장에서의 충동구매를 자제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출내기 주부 김보혜씨(28·제주시 연동)는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간 날은 시어머니께서 시장을 잘 봤다고 칭찬해주신다"며 "재래시장은 뭐니뭐니 해도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싼 가격에 싱싱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니겠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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