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인사들이 생명 평화 탁발순례에 나섰다. 생명존중과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관점의 차이가 있겠지만, 지역사회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연과의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 자연을 파괴하는 곳에선 진정한 평화란 있을 수 없다. 여기저기 땅을 파헤쳐 골프장을 만들고, 시멘트 구조물을 세우는 곳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무엇보다도 자연과 인간의 전체적 관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의 전체는 우리와 연결되어 있는 자연 그 자체이다.

자연과 생명은 하나다. 생명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생명을 키운다. 그러므로 자연을 사랑함은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며, 생명을 사랑함은 또 다른 생명을 위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평화는 사회적 유대와 상호의존을 장려하는 자연속에서만 가능하다.

그렇다고 하여 자연 개발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자연 개발은 불가피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 행위는 객관적인 생태윤리와 일치해야 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생태윤리는 우리의 전통속에 살아 있다. 우리의 토착문화에는 자연 생태계와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시키는 생활방식이 있다. 그것을 확인하는 데 평화의 길이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주민과 주민간의 평화가 성립되지 않을 때 자연과의 평화는 이룰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초래한다는 그 엄연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의 사회적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화해의 메시지를 설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평화의 섬’도 자연과의 평화를 이룬 다음에 이야기해야 한다. 제주도 전역에 생명존중과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탁발순례도 이런 뜻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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