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표본적 실패사업…'감귤대체사업' 불가능

호접란 대미 수출사업이라는 명칭부터 바꿔야 할 판이다.
당초 도의 복안은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호접란 중묘 도내 농가가 생산, 미국 현지 생산시설에서 상품화한 후 내다 판다는 계획이다.

반면 1999년부터 사업 추진 후 6년이 지나도록 현지 생산시설도 다 갖추지 못해 도내 농가와 맺은 수매계약도 지키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 중국산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크게 뒤 처져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제주도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호접란 수출사업에 대한 종합진단 용역을 냈고 그 결과는 말 그대로 도가 '장님 밤길 걷듯' 사업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용역 결과는 우선 호접란 중묘를 현지 구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탓이다.

제주 농가에서 재배한 호접란을 미국시장에 팔 경우 본당 생산원가는 10.97달러로 미국 현지구입시 보다 2달러나 높다.
다른 나라 호접란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도는 "도내 농가에서 생산한 호접란중 품질이 우수하면 수매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량수매도 아닌 선별수매를 믿고 영농에 나설 농가가 있을 리 없다.
'대미 수출 사업'이 아니라 '현지 생산 판매회사'로 변모한 꼴이다.
이를 감안한 제주도는 호접란 사업의 '정리'도 감안했다고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현지 호접란 시설단지의 부동산 매입가는 14억원, 현 시세는 20억원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러나 매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사업 모습을 180도로 전환, 들인 사업비라도 되찾자'는 결론에 이른 제주도는 사업전체를 제주도지방개발공사에 넘겼다.

▲미국 현지 실정
제주도 호접란 현지 농장 1만2935평은 미국 LA 인근 소미스지역에 위치해 있다.
김방언 지사장 외 4명이 근무중이고 호접란 재배관리 및 생산. 출하.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운영주체는 2003년말까지 제주교역에서 맡다가 올 1월1일부터 제주도지방개발공사로 옮겨졌다.
같이 매입한 2298평에 대한 보완사업을 2002년 마쳤고 나동 1308평, 다동 1500평 등은 올해 마무리로 준공검사를 앞뒀으며 허가 받은 라동 1500평 시설설치를 계획중이다.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시설 가동을 비롯 나동, 다동 완공시점이 모두 1년 이상 늦춰진 탓에 재배계약을 맺은 도내 농가에 손실을 끼쳤고 허가 받은 라동도 6개월 이내에 공사를 끝내지 못할 경우 '허가 취소'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늑장공사에 대해 조사원측은 "현지 건설 관련 실정을 전혀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 뒤 "판매사업 등도 주먹구구식 발상으로 펼쳤다"며 '한국적인 사고'만으로 '미국 시장을 넘본' 제주도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빠뜨리고 사업을 펼친 배경은
이 사업의 당초 취지는 그럴 듯 하다.
'농산물 수입개방시대를 맞아 도내 중추 1차산업인 감귤 대체작목으로 호접란을 재배, 수출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도내 생산 호접란의 가격 경쟁력을 포함 현지 실정, 현지 시장 상황, 운송에 따른 제품하자 발생, 현지시설 설치에 따른 대응 방안, 판매 대책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작정 사업을 전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김학모 한국경제조사연구원 제주지역 본부장은 "100억원대의 사업으로 16농가의 소득향상을 도모한다는 당초 방침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더욱이 호접란 사업은 결코 감귤대체작목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러한 용역 결과와 관련 도내 전문가들은 "사리에 맞지 않는 사업을 무리하게 또한 급박하게 밀어 부친 전임 도정의 속내를 알 수 없다"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전환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호접란 사업 향후 어떻게 펼쳐지나
이제는 '명분'보다는 '실리'가 문제다.
무분별하게 쓰여진 자금을 김 도정과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회수하는 과정에 도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연구원은 호접란 사업 종합진단 결론으로 우선 경영정상화를 위한 사업주체의 일원화를 들었다.

이어 현지 묘종 구입 중심의 흑자경영체계 구축 및 기술지원체계 마련을 비롯 유통마케팅 담당과 시설관리자의 현지직원 공모채용, 현지 농장 직원들의 근무보장제 도입과 성과급 제도 도입, 제주도농업발전기금조성과 민.관 합동 평가위원회 구성, 타 지역 농장과의 연대 및 난협회 가입, 호접란 재배기술 연구기관 선정 등을 제시했다.
특히 조사원은 현지인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로 김 본부장은 "초기 판매에 나선 제주교역은 판매대리인을 구하지 못해 현지 교포와 6대4 '나눠먹기식'을 한 정도"라며 "현지 실정을 잘 아는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가들은 어찌되나
당초 호접란 수출사업에 참여한 도내 농가는 모두 16농가.
7농가가 이미 사업을 포기했다.
제주도가 재배를 권장한 1999년부터 이 사업에 뛰어든 현모씨(44. 서귀포시 서귀동)는 1억여원을 들여 500평의 시설을 마련했다.

호접란 재배를 지속중인 현씨는 "사업 이후 계속 적자에 허덕였다"면서 "투자금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현씨와 마찬가지로 같은 해 500평 시설을 갖춘 오모씨(45. 서귀포시 상예동)는 아예 지난해 화훼재배로 바꿨다.

오씨는 "최근 고유가로 호접란 재배농가당 한해에 1억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 틀림없다"고 전제한 뒤 "국민의 혈세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게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호접란 농가의 재배전환시 제주도 당국의 영농자금 및 종자, 기술 관련 지원이 펼쳐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우수한 품질을 수매할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호접란 재배포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재배전환을 도모하는 농가에 대해 지원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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