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견해와 정치적 견해

우근민 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의 선거법 위반사건을 보는 도민 시각에는 ‘법적 견해’와 ‘정치적 견해’가 있다. 이 사건을 둔 도민여론은 이 두개의 바퀴를 돌리며 회자되고, 생멸(生滅)을 반복해 왔다. 법적으로 이를 보려는 견해와 정치적으로 보려는 견해가 서로 번갈아 가면서 도민사회의 여론을 형성해 온 것이다.

먼저 법적 견해는 이 사건의 기소과정과 법원의 판결의 양형을 보는 시각이다. 이 사건은2002년 11월27일 기소됐다. 우 지사는 ‘허위사실공표’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등 여섯 가지다. 신 전지사는 ‘사전선거운동’ ‘무고’ 등 두 가지다.

현-전직을 나란히 기소한 것을 두고 “짜 맞추기 수사” “흑막이 있다”는 등 의문이 파다했다. 양(量)의 면에서 일곱 가지 기소와 두 가지 기소가 비교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소 가지수를 보고 죄의 경중을 예측해보는 것은 상식이다.

도민여론은 “검찰이 이 두 사람을 기소하면서 정말 사적 감정에 치우침이 없이 죄를 보고 기소했는갚 “아니면 작의적(作意的)으로 두 사람의 기소를 꿰 맞추려고 한 것은 없는갚 하는 의문들이 끓었다. ‘허위사실공표’ 등 법상 무거운 형량이 정해진 죄에 대한 관심도 비등했다.

법원판결이 만들어 낸 여론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우 지사에게는 벌금 3백만원, 신 전지사에게는 벌금 1백50만원을 선고했다. ‘법관이 양심에 따라 내린 판결’이지만, 이에 대한 법적 해석들이 다양했다. 양형의 공평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기소의 가지 수, 법상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게 된 죄형을 둔 비교들이 난무했다.

법적 ‘난문(難問)’에 부닥친 도민들은 마침내 정치적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무릇 동쪽이 뒤틀리면 서쪽에서 풀어보려는 게 우리의 일상사이다. “두사람 다 끝났다”는 여론은 1심 법원의 판결이 만들어 낸 도민들의 정치적 해석이다. 검찰과 법원은 결과적으로 도민들로 하여금 두 사람에게 대법원의 판결도 나기 전, 섣부른 ‘정치적 사망선고’를 하도록 한 것이다.

검찰이 두 사람을 기소함으로써 두 사람의 정치적 ‘파멸’을 노렸든 그렇지 않든, 법원이 1심 판결로 그렇게 했든 하지 않았든, 두 사람에 대한 법 적용의 형평성 논란은 계속됐다. 도내 여론은 사직기관인 검찰의 ‘정의’, 사법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의 ‘양심’을 들먹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현-전직 지사의 화합론’ ‘우 지사의 구명서명 운동’이 튀어 나왔다.

몽매에서 깨나 정상 찾을때

현ㆍ전직 지사 선거법 사건은 기소 후 1년5개월을 끈 후 대법원 최종 판결을 불과 하루를 앞두고 있다. 그 결과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다. 법적 최종 판결은 대법원이 하겠지만, ‘정치적 최종 판결’은 이제야 말로 도민의 몫으로 돌아 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도내 일각에서 ‘현-전직 지사 화합론’을 들고 나왔을 때 우리는 “그것은 법원의 판결 후 도민들이 판단 할 몫이다. 지금은 법원의 판결로 진실이 가려져야 할 때이다”고 주장했었다. 대법원의 판결로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은 판명될 것이다.

도민들은 이를 바탕으로 이 두 사람에 대한 ‘정치적 판결’을 내릴 때가 마침내 다가왔다. 두 사람이 다 갔든, 살든, 어느 한 사람만 가든 살든, ‘몽매한 소문’ 속에서 한시나마 혼란에 빠졌던 제주사회는 비로소 정상을 찾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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