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또 하나의 다른 신문 ‘제주타임스’를 겸허한 마음으로 제주도민에게 바친다. “그렇지 않아도 신문이 많은 데 또 웬 신문이냐”고 걱정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일간(日刊)으로 발돋음한 ‘제주타임스’를 도민에게 바치는 데는 나름대로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새로운 제주’를 향한 새 길을 찾고 있다. 그리하여 제주도민의 길벗이 되려고 한다. 그러나 길벗의 존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같이 걸어 갈 길’이 있어야 한다. 같이 걸어가기 위해서는 같이 걸어 갈 여정과 약속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출발은 철저한 자기 반성에서부터 시작한다. 주간‘제주타임스’가 사시(社是)대로 지난 5년 동안 ‘인본주의 실현’에 충실했는지, 그리고 기사와 논설의 내용과 깊이가 도민을 만족시켰는지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깨달음의 순간은 오직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순수한 마음과 깨끗한 정신’으로 새로운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엄청난 어리석음 뒤에 숨겨진 오만과 무지를 경계한다.

지역 사회의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신문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면서도 도덕성의 바탕 위에 서 있지 못한 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분야에서나 역사와 전통은 이상(理想)과 꿈을 버리지 않으려는 치열한 자기 성찰과 엄중한 진지성, 그리고 엄격한 도덕성의 바탕 위에서만 배어나는 결정(結晶)이다. 그렇지 못한 역사와 전통은 단순한 연보(年譜)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제주도민에게 ‘자유언론’보다는 ‘책임언론’을 다짐한다. 언론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과 지역 사회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언론보도를 통해서 말하고 듣는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그 책임 또한 막중하다. 따라서 오늘의 ‘책임언론’에 대한 접근은 먼저, 그 영향력이 커진데 비해 언론인의 책임과 윤리의식이 상대적으로 진전되지 못한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언론 내부의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신뢰는 묵시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언론은 독자들에게 사실을 공정하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독자는 언론의 보도가 정확하다고 믿는다. 이 합의는 중요하다. 바로 여기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윤리적인 책임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한 사회를 결속시키는 것은 바로 ‘믿음’이 아닌가.

따라서 언론은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확한 보도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보도는 객관적인 보도만을 뜻하지 않는다. 객관성을 이유로 주관을 몰아내고 가치중립을 내세우는 것은 또 다른 사실왜곡일 수 있다. 무사 안일한 비판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굼뜨게 행동을 취하지만 사실 행동이랄 것도 아니다. 한 의견에 새로운 생각을 덧붙이기 전에, 이견(異見)이라는 이유로 그 의견의 날개를 꺾어 버리는 것 또한 ‘바른 언론’의 길이 아니다.

‘책임언론’은 공정한 보도를 의미한다. 진실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의 이익을 기준으로 하여 사회 공익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정확한 정보인가를 가려내고, 그것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더 나아가 공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아젠다를 정리하는 것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언론인의 직업윤리가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는 그것을 듣고 있다.

따지고 보면 공정성은 책임의 감정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책임의 감정은 충동으로만 존재하기를 거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언론인의 개별적 행위의 의지 속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언론인은 진정으로 공정한갗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것도 바로 ‘자유언론’의 주장만큼 ‘책임언론’이 도덕적 의사 형성의 감정적 요소로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임감의 고양과 함께, 우리는 언론에 대한 독자의 접근을 쉽게 하려고 한다. 언론의 자유는 자격 있는 자들만이 누리는 권리는 결코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소외된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제주도민을 제주 언론의 생산자로 주체화시켜 나가려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길을 잃고,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 지역 정신이 극단적으로 허약해진 현상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절박하지만 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국제자유도시’운운 하지만, 거기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물음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짐한다. 제주 사회의 새로운 기초를 세우는 데 앞장 설 것이다. 우리 주위에 숨어 있는 허위의식을 파헤쳐 구체적인 쟁점으로 만들 것이다. 부정의한 정책과 무지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악의 없이’ 대항할 것이다. 우리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그 의견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활력과 온전함이 결여된, 의도적 개혁주의로 굳어 버리지 않도록 오늘을 비판할 것이다. 그리하여 ‘바른 신문’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다짐을 여기에 실어 그 많은 신문 중에서 ‘제주타임스’를 도민의 소중한 길벗으로 선택하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