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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11월 개최되는 제13차 아시아태평양경제 협력체(APEC)정상회의 개최도시가 부산으로 결정됐다.

이를 전해듣고 있는 제주도민들은 허탈하다. 그리고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개최도시 결정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힘의 논리에 휘둘리고 정치적 고려 때문에 비교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던 제주도가 밀려났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도민들의 생각은 APEC 개최도시 탈락에 따른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납득할수 없는 이야기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우선 개최도시 선정이 선정위원회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된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APEC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는 당초 정치적 입김이나 힘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기위해 8가지의 객관적 선정기준을 정했다.

▲회의 시설 ▲숙박시설 ▲공항여건 ▲경호와 교통여건 ▲문화환경 ▲지자체의 행정지원능력 ▲행사운영 능력 ▲국가 및 지방에 대한 기여도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 신청도시에 대한 실사까지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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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에 따른 개최신청도시별 객관적 평가 점수가 이미 나왔을 터였다.
이것이 개최도시 결정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선정위원회는 이같은 객관적 평가 점수를 묻어 둔채 위원들의 투표에 의해 개최도시를 결정해 버린 것이다.
제주도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다.

다음은 개최지 결정에 힘의 논리와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고 보는 이유다.
부산은 제주와 비교할 때 엄청나게 덩치가 크다. 여기에다 정치적 입김이 센 곳이다. 정치적 고려가 민감하게 작용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가 예의 관심을 갖고 관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일반적이다.
거기에다 6월에는 열린우리당에서 건곤일척을 던질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는 시점이다.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월16일 부산 현지에서 “APEC 정상회의는 가능하면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산유치에 손을 들어준 발언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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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APEC정상회의 결정은 “이미 부산으로 내정해 놓고 제주 등은 들러리로 이용만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개최도시 사전 내정설은 표결을 앞두고 정부측 일부위원이 “국가 균형 발전이 시대적 소명” 또는 “제주는 경호상 어려움이 있다”는 발언 등으로 부산 대세론을 키웠다는 사실로도 감지할 수 있다.

정부측 위원이 이같은 발언은 제주를 얕보고 제주 개최를 무산시키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 158개국에서 1200여명이 참석했던 지난 3월의 유엔환경계획(UNEF)특별총회 및 세계환경 장관회의나 지난 19일 개막해서 22일 폐막한 제53차 PATA(태평양지역 관광협회) 총회도 세계 48개국에서 정부 대표 등 2천여명이 참석했던 매머드 국제회의 였다.
이들 모두 제주에서 열렸고 모두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런 저력과 대규모 국제회의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는데도 “경호문제”운운한 것은 제주배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또 “국가 균형발전이 시대적 소명”이라면서 균형발전에서 뒤쳐진 제주를 홀대하는 것은 무슨 말장난인가.

이번 APEC 정상회의 개최지 부산 결정과 관련한 이같은 도민들의 의구심에 정부의 납득하고 할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객관적 평가점수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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