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바람에 나뭇 끝에서 파르르 떠는 잎새가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외로운 마음을 어느새 알아채기라도 한 듯 성산포에서 편지가 날아들었다.
'성산포에서 띄우는 편지'.
시인 채바다씨가 1987년에 펴낸 '일출봉에 해뜨거든'에 이어 두 번째 펴낸 산문집이다.

'성산포…'에는 채 시인의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채 시인은 통나무로 만든 원시 떼배(테우)를 복원해 한국에서 건너간 일본 고대 문명과 문화의 뿌리를 규명하고 우리 배의 기원과 조선의 역사를 연구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일을 위해 찾아 떠나 길에서 만난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잔잔한 감동과 일상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자전거를 타고 가서 만난 동남오일장의 윤씨 할머니, 평양에서 맛본 평양냉면 이야기, 시골버스에서는 모국어를 빼앗기 팔순할머니 이야기, 개성 선죽교에서 회상한 포은 정몽주 선생 등 그의 여정에는 사람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한과 설움으로 얼룩졌던 우리 역사를 되돌아 보는 그의 정의감 즉 그의 인생관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175쪽으로 구성된 이번 산문집은 총 37편의 산문이 수록돼 있다.
그동안 저서로 시집 '파도가 바람인들 어쩌겠느냐' '그래도 그대는 행복하다' '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 '일본은 우리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일본판)' 등이 있다.
도서출판 우리글,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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