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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지사직을 상실했다. 경위야 어찌됐든 불행한 일이다. 우지사 개인으로서도 그렇다. 그리고 제주도민 입장으로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제주사회에 몰고 올 파장은 엄청나다. 지사가 공석이면 다시 뽑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손상된 제주도민의 자존심은 어디서 치유할 것인가.

법을 위반했다면, 그 자는 신분에 관계없이, 당연히 법률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더욱 엄격해야 한다. 부정과 타락으로 얼룩진 과거의 굴절된 선거체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더욱 그래야만 한다. 거기에 그 어떤 이론(異論)도 있을 수 없다.

거듭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가 뽑은 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하차했다는 것은 정말이지 부끄러운 일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그 동안 자격 없는 지사를 두어 온 셈이다. 거기에 더 이상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그러나 깨달음의 순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오늘을 추스르고, 또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데 있다. 그래서 ‘바르고 깨끗한 제주’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손상된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살리는 일이다.

2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공무원 사회의 동요다. 그것이 바로 사회 전반에 나쁜 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행정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사람이나 사안에 따라 달리 처리하면, 행정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주민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책임행정도 함께 구현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책임행정은 결과에 대한 책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는데도 도무지 움직이려들지 않는 기회주의적이며 무사안일적 행정풍토가 더 큰 문제다. ‘과도기’라 생각될수록 더욱 그렇다.

내친김에 하는 말이지만, 일을 하다가 저지른 실책은 상황에 따라 면책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웃사람에게 줄을 대며 눈치나 살피는 무사안일적 행정풍토는 창조적인 행정발전을 저해한다. 그것이 바로 지역사회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치러질 지사 선거에서도 공무원들은 철저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 공무원들도 사람인 이상 각기 개인적 연고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선거에 관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미리 줄이나 대보려고 섣부른 행동을 하다가는 그 때문에 나중에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임해야 한다.

3

도민들도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오늘의 문제는 지방정치 풍토를 바꾸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10여년 이상 갈등을 빚었던 우근민씨와 신구범씨가 ‘동반 퇴장’함으로써 지역 화합의 전기가 될 수 있다.

사적 권력 추구나 일신의 입신양명이 아닌, 공공에 대한 봉사의 개념으로 지방 정치의 목적도 차제에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혈연 지연 학연의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끼리 끼리 모여 다니는 패거리 정치도 끝내야 한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지역발전을 위한 봉사정신이 대표를 뽑는 선택기준이 되지 못하고, 이른바 혈연 지연 학연에 따라 그것이 좌우될 경우, 우리는 그런 수준의 지사 시장 군수밖에 뽑을 수 없다.

우리는 유독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지기 좋아한다. 각종 선거에서 후보자가 거론될 때 마다 먼저 문중을 들먹이고, 출신지를 따지며. 출신 학교를 거론한다. 그러나 그것은 좋지 못하다.

출신 지역에 대한 애착이 다른 지방 사람들에 대한 배타적 태도로 발전되고, 동창과 가문의식이 끼리 끼리 뭉쳐 외부에 대한 부정적 태로 변할 경우, 그것은 지역감정과 파벌의식으로 전락하게 된다. 우지사의 지사직 상실은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새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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