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재직하였을 때 기억난 일이다. 동료와 대화 중 50중반기에 필자는 나도 이젠 4/4분기에 들어서 씁쓸하다는 소회를 나누는데 옆에 계시던 서모 선배님이 ‘난 지금 연도폐쇄기라’ 하면서 필자에게 농을 거는 말씀을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핑 하는 전율을 느꼈다. 내가 싱겁게 던진 말이 인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반추하게 하였다. 사실 우리인생은 출납폐쇄기가 아닌가? 나의 언행(言行)은 자신과 남을 연계시키고 자신을 비친다는 인식이 들었다.

출납폐쇄기(속칭;연도폐쇄기라 칭)란 지방재정에서 회계연 후 다음해 1∼2월 두 달을 전년도 분의 세입과 세출집행의 정리기간으로 전년도와 신년도 두 해 분을 병행하여 정리하는 혼용기간이다.  이를 원용하여 인생의 남은 여생을 비교하곤 한다.

수명을 연장하고자 불로초를 구하여 영생하고파 했던 진시황도 다른 영웅호걸도 죽어갔다. 그 중에는 불명예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쓰레기 같이 버려지는 사례를 보았다.
인생을 평할 때 명예나 권력의 끈을 버리지 못하고 허덕이다가 비참한 말로는 걷는 것을 많이 보고있다. 세계사적인 평가는 논외로 하고 우리의 역사심판을 보면 매일같이 일어난다.

우리고장에도 현ㆍ전직도지사가 선거법위반으로 자격상실로 공직을 마감하였다. 현 지사는 임명직 2대와 선거직 2대를 맞아 임기 2년여를 남기고 물러났다. 전지사도 임명직과 선거직을 거친 분이다.

이 두 분이 제주도정 15년을 이끈 영욕의 세월은 파란만장한 세월을 지냈다. 두 분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간의 제주도발전을 위한 노고에 대하여 치하 드리는 바이다. 부디 마음을 가다듬어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은 짧지 않은 영광의 기간으로 승화하는데 ‘반야심경’, ‘주기도문’을 보시면서 새로운 길을 다짐하기 바란다.

다른 방법으로 도정에 대한 못 다한 열정을 펴는 길은 있다고 본다. 도민은 6월5일에 새 지사를 비롯한 선거직을 선택하는 과정이 남았다. 사심 없이 지방을 이끌 훌륭한 인물을 선출하야 하겠다.

새 자치단체장은 정말 선심행정으로 보조금이나 낭비하고 판공비, 용역비 등에 탐닉하고 정실인사, 편가르기로 열중하여 부하공무원이나 괴롭히지 않는 청렴한 큰 사람을 원한다.

인생이나 명예와 권력은 초로와 같고 민심은 천심임이다. 역사가 심판이란 진실을 깨달아 더러운 사슬에서 벗어나 바른 자리를 지키는 지도자이기를 바란다. 인생, 명예, 권력, 돈이 무엇이길래 이들 삼독 심을 쫓다가 상처와 불명예의 종말을 얻느냐이다.

유한한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얼마나 귀한 것임을 재삼 경고한다. 망한 자에겐 돌팔매 승자에겐 영광을, 각양각색의 언론보도와 평가를 보았다. 이는 옛 정치판에서 당대의 영화나 후세의 명예를 놓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선택을 한 조선조의 서거정과 김시습의 인생이 지금도 전개되고있다.

다음은 쓴 소리로 이번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하여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한방에 무너지는 현실을 보았다. 그 동안 쏟은 에너지는 어이할 것인지 모르겠다. 제발 우리의 한계를 살피면서 자중자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정사업에 끼어 들어 싸움을 붙이는 정부나 요란한 빈 수레로 도민의 마음만 아프게 하는 행실을 버렸으면 한다. 유치성공을 떵떵거리던 국회의원과 관료, 민간기구책임자는 말해보라!  누가 소비한 에너지와 도민의 공허감과 허탈을 보상하려 하는가?

책임질 자는 나와 다시는 나서지 말라. 현재 우리사회에 급한 것은 늙은이와 어린이를 버리고 박대하는 풍토부터 바꾸는 일이다. 어려워서 자살하고 자식 버리는 비정한 부모가 없는 건전한 가정을 만드는 일이다.

분식회계, 부정부패, 청년실업, 정치불안, 빈부격차, 교육의 부익부, 농민불만, 보수-진보대립 등 산적한 과제를 푸는 일이다. 이런 일에 힘의 집결이 필요하다. 헌법에서 국민이 지킬 의무인 환경보전에 대하여 오름에 올라 보라 골프장이다, 주택지다, 길이다, 하면서 산야가 파 해쳐진 가슴아픈 몰골을 보지 못하는가?

여기에다 민간생수공장을 확장해서 큰 장사를 한다는 말까지 나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질산성비료의 지하침투, 숨골의 오수오염 등은 어찌할 것인가?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미래를 모르는 군상들이 망치고 있다. 제주의 여건과 미래를 장겢倂?차원에서 진단하고 추진,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일이 당면한 과제이다.

논설위원    김     계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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