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운 여름이다.

그래도 며칠 전 가슴 조였던 4호 태풍 ‘덴무’가 별 피해 없이 지나가 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특히 나처럼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는 농민에겐 더욱 그렇다.

지금 신임 도지사께선 강정 해군기지, 영리병원, 영어학교 등 산적한 문제로 고심하실 줄 안다.

어느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별 수 없으니 강행하거나 수수방관할 일은 더욱 아니다.

오는 8월 17일 해군기지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이고 경과를 참조해서 결정하겠다고 도지사가 밝힌 바 있다.

좋은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나는 강정주민이 아님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어쨌든 주민투표는 진일보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외곬으로만 생각하면 설령 쉬운 문제도 풀리지 않는다.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만이 해결의 첩경이다.

해군기지 문제로 행정력 낭비는 물론이고, 찬반 주민들 사이에 얼마나 갈등의 골을 키웠는가. 한 걸음 물러서지 못한 탓이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서로 승복을 하고 확실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길 바란다.

상담사로 근무하는 글 쓰기 친구가 카페에 올린 ‘몰입과 관조’라는 글에 아, 맞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하에 일부를 소개한다.

‘눈을 감으면 몰입, 눈을 뜨면 관조가 됩니다.

자신에게 몰입하는 법과 관조하는 법을 연습하라고 했다.

자신의 문제에 몰입해 있는 동안 문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 물러나 관조하면서 바라보면 해결점이 나온다고 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나를 바라보기, 상대방이 되어 바라보기, 제 3자가 되어 바라보기, 전능한 자의 눈이 되어 바라보기가 중요하다.

카메라가 한 대 있으면 한 대의 눈으로만 보게 된다.

그러나 여러 개의 카메라로 앵글을 맞추어 바라보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문득 유머 하나가 떠오른다.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이 설명했다.

“상대성이란 간단한 거요. 예쁜 여자 옆에 앉으면 한 시간이 1분처럼 느껴질 거요.

 그렇지만 뜨거운 난로 옆에 앉으면 1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질 거요.”

한 걸음 물러서서 보질 못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문제해결은 요원할 터이다.

이번 강정 해군기지 문제는 3선인 신임 도백의 경륜으로 부드럽게 풀어 가실 줄 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시디포스는 평생 무거운 바윗돌을 높은 산의 정상까지 밀어 올리는 형벌을 신에게 받았다. 시디포스가 죽을힘을 다하여 정상에 바윗돌을 올리면 바로 굴러 떨어졌다.

시디포스에게 힘든 것은 바윗돌 밀어 올리기가 아니라 밀어 올려봤자 도로 떨어지는 데서 오는 절망이었다.

한 움큼의 희망만 있으면 사람의 능력은 무한하다고 해서 지나치지 않다. 강정 해군기지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돼서 시디포스의 신화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서로 한 걸음 물러서서 분쟁이 끝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바닷물은 3%의 소금기 때문에 영원히 썩지 않는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바꾸어 생각하면 세상이 어려워도 그 3%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 만하다. 남의 얘기 할 것 없이 그 3%에 내가 포함될 수도 있다.

한 걸음 물러서서 새 도정이 살 맛 나는 제주를 만들리라고 믿어보자. 믿음이 없으면 희망도 생기지 않는다.

나는 중학교 내내 음악점수가 60점이었던 국제음치이지만 지금은 ‘홀로 아리랑’을 대충 소화한다. 애창곡이 된 이유는 아래의 한 소절 때문이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 보자 같이 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쉬어 가면 된다. 한 걸음 물러서면 길이 보인다.

국제자유도시가 순조로워서 제주에 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오 태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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