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단에는 세계의 문학작품 중에서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랑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 작품은 바로 황순원의「소나기」이다. 이 시골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는 한국인에게는 잊기 어려운 추억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먼 길을 걸어서 떠나는 피난길에서 황순원은 어느 집 외양간에서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긴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작게 잡담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도 하였다. 그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뒤척이던 황순원의 귀에 두 사람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윤초시댁 증손녀가 죽었다고 그러지?” “글쎄 그 계집애가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죽기 전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랬잖아?”(*잔망스럽다 孱妄--- 형용사, 얄밉도록 맹랑한 데가 있다.)
#피난길에서 잠 못들 던 어느 밤, 우연히 들려온 두 사람의 속삭임, 그것이 오늘날 우리네 문학사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이야기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며, 잔망스러웠던 그녀를 영원히 살아 숨쉬게 만들었던 것이다.

‘독서의 달’은「독서문화진흥법」제12조(독서의 달 행사),「독서문화진흥법시행령
」제11조(독서의 달) 등의 규정을 근거로 국민들의 독서의욕을 고취하고 독서의 생활화 등 독서진흥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매년 9월을 독서의 달로 설정하였다. 이제 우리 공공도서관도 「도서관법」제28조(업무) 1.도서관자료의 수집·정리·보존, 2.공중에 필요한 정보의 제공에서 3.독서의 생활화 4.강연회, 전시회, 독서회, 문화행사 등으로 그 봉사와 활동의 영역을 더욱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올해 ‘독서의 달’에는 리파테르(Riffaterre)의 ‘발견적 독서’에서 “다시 읽어나가면서 자신의 이해를 재수정하고 텍스트의 비문법적인 요소로 지각된 것들에서 의미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인 ‘소급적 독서’(해석학적 독서)의 단계’로 또는 야우스(H. R. Jauss)의 ‘1차 독서’(심미적 감지), ‘2차 독서’(해석의 과정)보다 ‘3차 독서’(심미적 판단과 역사적 이해)를 권장하고 싶다.

‘소급적 독서’(해석학적 독서)나 ‘3차 독서’는 모두 “경험적인 재독의 과정을 이론화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그 지리멸렬한 피난길에서「소나기」의 줄거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알고 이전보다 더욱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잔망스러웠던 소녀의 9월이 새롭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문  세  흥
탐라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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