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제주. 어느 누군들 이 땅에 살아온 우리 선인들이고 보면 그들의 삶에 모질고 짙은 내음으로 숱한 질곡을 응어리를 드리우지 않았을까마는...

그래도 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어제를 살아왔고 내일을 기약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인들이 그들이다. 이렇게 이 땅 제주에 살고 있는 한사람으로 변시지가 있다. 그는 서귀포를 모질게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일평생동안 제주 서귀포의 바람을 그렸다. 그리고 서귀포의 바다를 그렸다. 질곡의 시간들은 세월을 만들었고, 여든넷이라는 연륜을 그에게 보태어 주었다. 그가 그린 삶의 편린들은 250여편이라는 작품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제 그가 그린 삶의 이야기들을 서귀포 사람들에게 온전히 두고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소박한 변시지미술관이다. 서귀포내에 있길 소원하지만, 여의치 않다면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온전히 전해 주고 가려는 마을일 뿐, 다른 욕심은 없다고 한다. 이런 그는 제주가 배출한 최고의 화가이다. 때묻지 않은 소박한 영혼을 가진 그의 연륜은 이 시대의 원로(元老)이시기도 하다.

제주지역 미술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이런 그를 안고 싶다. 그가 바라는 서귀포내에 소박한 변시지미술관이 생기길 간절히 희망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가없는 마음의 소박한 기대이겠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그와 그의 작품을 안고 싶다. 그래서 도민들에게 제주 최고 미술가를 품은 도민의 미술관으로 자리하고 싶은 것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2,299㎡의 전시실과 첨단시설의 기능을 갖춘 수장고를 갖추고 있다.

 아직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학예사들과 미술작품을 관리하고 안내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근무하고 있는 7명의 현장근무자들, 이 밖에 편의시설과 기계시설을 운영하는 전문직 직원들 10여명과 운영을 지원하는 직원들, 그리고 화가 출신의 관장이 함께 소망한다. 그와 함께 도민이 바라는 미술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리고 도립미술관은 장리석기념관의 운영을 통해 기증자의 상설전시관 운영에도 경험을 가지고 있는 몇곳되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지역 예술의 진흥을 통해 도민들의 문화욕구충족에 기여하고자 하는 도립미술관은 변시지를 담고 안을 준비를 완비하고 있는 곳이다.

폭풍의 영감을 얻은 서귀포를 사랑하는 인생의 황혼녘에 다다른 노신사의 진정한 고향 사랑의 마음으로 이 땅에 함께 살아왔고 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미래를 살아갈 도민들을 생각한다면 그가 살아온 인생의 편린들로서 그의 작품은 온전히 도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

다른 지자체나 방송국, 사업가들이 아니라 오로지 도민이 주인인 제주도립미술관으로 와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노신사의 예술혼과 창작성, 나아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 호소하고 싶다. 진정, 고향 사랑의 마음으로 오랜 시간 후회 않을 수 있도록 그의 작품만을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주저함 없는 선택에 순간의 망설임도 없을 만큼 명확한 결론에 제주도립미술관만이 존재함이 당신 시대의 행복이었음을 알아주시길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 갖는 순간의 선택이 당신이 창조한 많은 독생자들에게 가시밭길의 오랜 방황의 여정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에 다시 한번 숙고해 주길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오랜 숙고를 통한 그의 올바른 선택을 희망하면서 진정으로 변시지를 안고 싶은 제주도립미술관이고 싶다.

김  동  섭
제주도립미술관 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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