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6월8일 제2대 민선 도지사 선거는 우근민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7월1일 우근민 지사가 취임 며칠 후 낙선한 신구범 지사를 따랐던 국장들과 부시장, 과장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일부는 ‘주인을 섬긴 죄’를 자책하며 스스로 떠났지만, 일부는 새로 들어선 ‘권력’에 의해 좌천 인사명령을 받고 공직과 절연하는 불운을 격었다. 한 권력자의 퇴장이 그를 따랐던 부하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말았다. 그로부터 6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기자는 그들의 ‘삶’을 일부러 들여다보게 된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졸지에 직장을 그만 둔 그들의 생활이 현재도 그저 그런 생활일 수밖에 없다.

어제 아침 신문은 울음을 참으며 직원과 악수하는 우근민 전 지사의 사진이 인상 깊었다. 한 장의 스냅 사진이 주는 의미가 기자에게 심장(深長)하게 다가선다. “저 양반이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미리 짐작을 했을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상념이 아닐진데, 괜시리 권력무상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맴돈다.

떠나는 사람은 비통한 모습인데, 그 뒤에 도열하고 있는 국장들의 모습은 그래 보이지 않는다. 울음을 참는 지사의 뒤편에서 박수까지 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문득 민선2기가 들어섰던 1998년 7월 이후의 도청의 그 모습을 반추하게 된다.

이 사진을 보면서 “권력자가 가장 먼저 ‘대오(大悟)할 테제’는 세상인심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권력에 있을 때 충성하던 부하들이 자리를 떠난 후에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지 않는 일이다.

“어차피 염량세태(炎凉世態) 인걸, 낙마한 권력이 무엇을 더 기대 할 것이 있겠는가?” 이걸 깨닫는 것이다. 권력의 막강한 힘이 솟을 때 동생공사(同生共死)를 약속했던 친구들의 인영(人影) 조차 불견(不見)인 것을….

이것이 권력자가 깨달아야 할 것이라면, 그 뒤를 따르던 사람들의 ‘대오각성’은 필수적이다. 막강한 권력아래서 호가호위 하던 간부, 그 주변에 기생하며 ‘고자질’과 ‘음모’와 ‘모략’으로 동료들을 해쳤던 ‘앵벌이 들’, 이제 자숙하는 게 마땅하다. 도청 내에서 ‘우파’ ‘신파’라는 단어는 완전히 지워져야 한다.

지난 6년간 ‘지존(至尊)의 권력’아래서 마치 조폭처럼 철저한 편을 갈라놓고 도정을 농단했던 무리들은 이제 반성을 하고 도정의 후미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우 전지사가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 간부들과의 미팅에서 도청의 모 국장과 핵심요직의 과장 둘을 지칭하며 “당신들은 내가 떠나면 같이 떠나야 할 사람들이다”고 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이 저지른 죄과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용서를 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낙마한 권력자가 만일 떠난 권력을 다시 잡아보려는 환상에 사로잡히거나, 새로운 권력의 ‘창업’에 기여하여 ‘수렴청정’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을 한다면 이것은 그가 두 번 죽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단언컨대, 이에 대한 제주도민의 심판이 엄중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충성스런 부하들이 힘 빠진 권력자의 궁둥이에 바람을 불어 넣어 새로운 권력과의 야합을 하도록 해, 어떻게 하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다시 권력의 단물을 빨아먹으려 장난친다면 역시 제주도민의 ‘몽둥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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