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불편한 남편 27년 뒷바라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겠습니다"
16일 오전 제주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뒤늦은 결혼식을 올린 박삼숙씨(63) 부부를 비롯한 문덕만씨(47) 부부, 강배원씨(45)씨 부부 등 장애인 3쌍의 부부들은 '제2의 인생'을 맞는 기분이었다.

27년 전 꽃다운 나이인 26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윤명희씨(53)는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불편한 박씨를 만나 여태껏 살아오다 그 동안 못 이룬 한가지 꿈을 이뤘다.
중매반 연애반으로 만나 남편과 결혼에 골인하고 사랑스러운 세 딸까지 두었으며 지난해 이맘때쯤엔 큰딸(26) 마저 출가시켰지만 그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왔던 결혼식을 하게 됐기 때문.

휠체어를 타고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지 고민해 온 윤씨는 "막상 웨딩드레스를 입고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니 행복하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14년 전 공장작업을 하다 한 쪽 손을 못쓰게 된 문씨는 또 다른 한 손으로 결혼식 내내 아내 한은진씨(37)의 손을 꼭 쥐어 잡으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세 쌍 중 막내 격인 강씨 부부 역시 내내 끊이지 않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비록 남들처럼 멋있게 신혼여행은 가지 못하지만 이들 부부들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넘쳤으며 결혼식 도중 '부모님께'라는 감사의 편지를 낭독한 윤씨는 기쁘고 고마운 마음에 끝내 눈물을 흘려 하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이날 '사랑의 결혼식'이 열린 이 곳에는 장애인 자원봉사 단체 관계자 등 400여 명이 늦깎이 결혼식을 올린 이들 부부에게 행복을 바라는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결혼식은 가정형편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장애인 부부를 위해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가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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