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 시간도 멋대로…시민의식 '후진국'

지난 일요일 한 차례 비가 온 뒤 쌀쌀한 날씨를 보인 20일 새벽 4시 제주시 용문 로터리에 환경미화원 3명이 모였다.
이들은 제주시청 환경과 소속으로 가연성 일반쓰레기 수거를 담당하는 장창수(47)씨를 비롯해 김연옥씨(47.여)와 김경훈씨(34).
커피 한 잔씩을 마시며 담소를 나눈 이들은 옷깃을 추켜세우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쓰레기 배출 장소 3곳을 채 지나기도 전에 쓰레기 봉투에 둘러싸인 검은 비닐이며 너저분한 박스들,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신문지 등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또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지난밤 시민들이 내다버린 각종 쓰레기들이 정말 가관일 정도다.

1995년에 입사해 제주시내 7~8개 동(洞)을 두루 거친 베테랑 격인 김연옥씨.
김씨는 "검정 비닐봉지, 박스 등에 아무렇게나 담아 내놓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상당수"라며 "특히 음식물 쓰레기며 불에 타지 않는 것들이 섞여 있는 등 분리수거는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청소차가 새벽 4시에 출발해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김씨는 특히 "오전 6시 이후 운동하러 집을 나서거나 출근길에 쓰레기를 배출해 하루 두 세 번 씩 돌아야 한다"며 "종량제 시행 8년째를 맞고 있지만 쓰레기 분리수거나 배출시간 등을 보면 우리 시민들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들이 수거해 간 쓰레기는 모두 6t가량으로 그나마 동절기여서 상황은 좀 낳은 수준.

하절기에는 동절기 쓰레기량의 두 배 가까이 배출되고 있으며 고양이와 개 등이 쓰레기 봉투를 찢어대 악취가 진동한다고 김씨는 전했다.
이와 함께 김경훈씨는 "쓰레기 배출하는 장소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일부 취객은 지나가다 발로 차 버려서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팀장 격이자 청소차량을 운전하는 장창수씨는 "분리수거비용과 시간 등은 시민들의 혈세로 부담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야 된다"며 "사소한 쓰레기 배출 하나까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장씨는 그러나 "시민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를 우리들뿐만 아니라 음식물 수거, 거리 청소 등 여러 사람들이 작업한 뒤 거리가 깨끗해진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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