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가 훗날 커서 성인이 됐을 때 "우리 아빠가 중학교 때 아이패드를 사줬지"라고 생각하며 행복을 느낄까? 아마도 아이패드 따윈 까맣게 잊어버릴 것이다. "12살 때 아빠랑 캠프를 갔는데 그 때 정말 재미있었지"라는 추억만이 지속하는 행복을 줄 수 있다. 이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엘리자베스 던,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길버트, 버지니아 대학의 티모시 윌슨 교수가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소비 방법을 연구해 '소비자 심리 학술지(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에 최근 실은 내용이다.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난 5월2일부터 6월 23일까지 총 25회에 걸쳐 희망한 도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청소년들에게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농촌문화에 대한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농촌의 정서를 심어 주기 위한 농촌교육농장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학교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학년별, 계절별로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 시범에 주안점을 두고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창의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그리고 감각적인 활동을 통해 딱딱한 교과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태환경에 대한 이해와 생명의 소중함을 농업인이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친다.
보리를 주제로 한 교육농장에서는 모듬을 정하는 것도 맥주보리, 쌀보리, 밀, 귀리를 뽑고 구분한다. 맥주보리는 2줄, 쌀보리는 6줄 보리라는 것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보리차가 맥주보리로 만들어진다는 것 까지. 이러한 벼과식물을 농장 안에서 채집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본다. 한겨울 눈 속에서 이겨낸 보리의 강인한 생장과정을 ‘보리의 꿈’으로 이야기하며 ‘우리의 꿈’도 이야기할 수 있는 학습장이다. 한 평생 걸어온 농부에게서 완벽한 교수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농업이 인류의 생존에 있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산업임을 전달하고 농부 삶을 더불어 학습하게 되는 교육농장에서 학생들은 우리 농업·농촌의 소중한 가치를 이해하는 싹을 틔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학교에서도 7차 교육과정 개편에 맞물려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의 신장을 위한 재량활동 현장이 더욱 다양하게 필요하리라 보아진다. 학생들에게 농촌체험농장으로 직접 들어와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해보자. 학교에서 느낄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농업·농촌의 현장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곡식의 한살이(씨를 뿌리고 - 싹이 나고 자라서 - 꽃이 피고 - 열매 맺는) 과정별로 참가하면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심어줄 수 있다. 농촌교육농장은 이런 창의 인성체험교육, 현장체험교육의 현장이 되기에 충분하다.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담당 문 선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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