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한 해…내일 다시 떠오를 찬란한 태양을 위해 스스로 사위며…

갑신년이 저문다. 축복과 회한, 화합과 갈등, 사랑과 미움의 날들이 저 금빛 노을과 함께 스러져가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대로, 직장인은 그들 나름대로, 농어민은 농어민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정말 힘들었던 한해가 완전히 지나고 있다. 탄핵과 정쟁과 경제의 추락 속에서 서민들은 한숨과 눈물로 지샜다.

그칠 줄 모르는 실업과 늘어나는 노숙자는 갑신년의 가장 힘들고 을씨년스런 풍경이다. 갑신년은 마침내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키워드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렇게 힘들었어도 그러나 갑신년은 우리에게 선하고 아름다운 많은 것을 주고 가고 있다.

저 노을 비낀 바다 위에서는 사랑, 용기, 지혜, 정열, 인내…이런 것들이 스멀스멀 떠오르고 있다. 갑신년은 이 지고의 가치들을 우리에게 물려주고 내일 다시 떠오를 찬란한 태양을 위해 마지막 빛을 사르고 있다. 갑신년은 그래서 저주이기 보다는 축복이었다. 절망보다는 희망이었다. 갑신년은 미움보다는 감사였고 증오보다는 용서였다.

묵은해의 모든 부정(不淨)한 것과 죄악을 스스로 짊어지고 새로운 날을 위해, 보라! 갑신년은 노을에서 어둠으로 저렇게 사위어 가고 있다. 이제 갑신년은 과거 속의 한 시대였고 역사였다. 이제 우리는 내일 다시 뜨는 새로운 태양을 온몸으로 맞이할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과거는 죽은 자의 것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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