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우리나라 최고 병역명문가(兵役名門家)는 제주에서 탄생했다. 가문(家門)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제주도의 명예이기도 하다. 최고 병역명문가의 반열에 오른 집안은 서귀포시 성산읍 강건배 씨 가문(家門)이다. 6.25 전쟁이 일어나자 이미 작고한 강 씨의 할아버지 강재운 씨가 참전했다가 북한군에 잡혔다. 그러나 포로 교환으로 온갖 고초 끝에 생환했다.
 강 씨의 아버지 고(故) 강광석 씨는 1968년 10월 비무장지대에서 작전 수행 중 전사했다. 그의 형제들인 광남, 광철, 광섭 씨 등도 군복무를 마쳤다. 강건배 씨 형제와 4촌들까지도 모두 병역의무를 다한 것은 물론이다. 이렇듯 강씨 가문은 3대에 걸쳐 11명이 군대에 입대, 그것도 모두 사병으로 근무하면서 공을 세웠다.
 특히 6.25 당시 중부전선 백마고지 전투에서 포탄을 가슴에 품고 몸을 날려 산화한 저 유명한 ‘육탄 3용사’ 중의 한 사람인 강승우 씨도 강재운 씨와 4촌 형제간이다.
 올해 제주에서는 비록 ‘최고’는 아닐지라도 병무청 선정 ‘병역명문가’가 아홉 가문이나 선정됐다. 전국 302 가문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4.3사건에 자극받은 제주 젊은이들이 6.25가 터지자 혈서(血書)를 쓰면서 자원입대하던 용맹과, 우리 전사(戰史)에 길이 빛날 제주 해병대의 인천상륙 작전의 위업이 뿌리가 되어 병역명문가들이 탄생하는 것일 것이다. 제주도 전체를 영광스럽게 만들고 있는 소이(所以)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오늘의 일부 젊은이들, 제 자식 군대 안 보내려고 계책을 꾸미려는 지도층-권력층들이 있다면 ‘병역명문가’들로부터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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