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제주 문화계 전망

“이달과 6월 대극장 대관은 이미 완료됐습니다. 지난해까지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제주도문화진흥원 대관을 담당하는 직원의 말이다.
물론 2월부터 5월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휴관을 고려해 공연시기를 조절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하지만 시기를 조절할 만큼 공연이 ‘성황’인 것이 아닐까?
2005년 한 해 문화계는 대체로 ‘맑음’이다.

새롭게 추가되거나, 창작되는 눈에 띄는 활동은 부족하지만 경제적으로 혹은 ‘섬’이라는 제주의 특수한 지리적 여건상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존 행사를 축소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되는 것만도 도내 문화단체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문화계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처럼 올해도 국제단위의 각종 대회가 제주에서 열리는 등 활발한 제주 문화계 활동에 주목할 만하다.

▲음악협회
=기존 해왔던 음악행사들 위주로 무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명성과 인기가 높아져 가는 국제행사인 제주국제관악제의 경우는 홀수해를 맞아 밴드축제로 열릴 예정이며, 전국의 합창단체가 제주에 결집하는 탐라전국합창제도 지난해의 패턴을 유지하면서 내실강화에 더욱 전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창작합창곡경연대회나 제주 소재의 시에 가락을 붙이는 등 전통소재를 통해 지난 역사를 답습하고 그 속에 미래지향적인 음악을 찾아내는 시도가 재차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술협회
=지금까지 제주미술은 제주 풍광을 주테마로 전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제주미술이 다양성을 갖추고 활발히 활동함으로써 제주문화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도 있지만 지역 정체성에만 매달릴 경우 다양성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최근 타지에서 속속 입도하는 미술인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제주미술을 자극하고 제주미술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는 몽골과의 교류를 통해 제주미술과 몽골미술의 교류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데 올해 몽골현지에 제주의 작품을 처음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기존 미술전시에서 탈피하는 퓨전전시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한 예가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여간 열린 바람미술전이다.
기존 딱딱한 미술전시공간에서 탈피해 벽이 아닌 깃발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과 시도를 통해 일반인과 예술인들의 만남이 이뤄지고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있었던 것처럼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용협회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문화장르다.
올해 제주에서 열릴 전국무용제를 계기로 제주 무용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탐라문화제 기간에 맞춰 개최하면 무용제 단독 개최 때 보다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로 현재 개최시기를 9월이냐, 10월이냐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이창훈 (사)한국무용협회 제주도지회 회장은 “전국 무용제의 제주개최는 분명 바닥 끝으로 추락해 있는 제주무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무용제를 통해 무용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제주무용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현재 도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무용과’ 개설을 위한 교육부 승인절차 과정중임에 따라 빠르면 내년 제주도에도 '무용과'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새롭게 제주문화계에 등장하는 영화.
연극과 마당극, 미술, 음악을 믹스한 종합예술로써 올 4월, 사상 처음으로 제주에서 제작한 4․3영화 설문대영상의 ‘끝나지 않은 세월, 4․3’이 선뵌다.
3월 말경 ‘시사회’를 가질 이번 ‘끝나지 않은 세월, 4․3’은 제작전부터 도내 각계의 지대한 관심 속에 출발한 영화다.

특히 지난달에는 자비를 털어 영화제작에 힘쓰는 이들을 위해 후원단체를 설립, 현재는 서울에서도 응원과 격려를 보내며 제주 최초의 영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률 감독은 “최근 우리나라 영화의 추세는 충무로에서 만들어진 완벽한 영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작품성도 작품성이지만 전국 각 지역성을 반영한 영화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코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의미에서 이번에 제작되는 ‘끝나지 않은 세월, 4․3’은 제주도민의 한 맺힌 역사를 회고하고, 4․3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새로운 ‘영화’매체의 등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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