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김   태   보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4월 1일부터 발효됨으로써 FTA시대가 개막되었다. 지난 98년 11월 칠레와의 FTA를 추진하기로 결정한지 무려 5년만에 추진된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몽골과 함께 FTA를 체결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에서 탈피하게 됐다.

우리나라가 칠레와 FTA를 체결하는 동안, 지난 한 해는 국제무역질서에 있어서 다자간 협상인 DDA타결을 기다리지 않고 양자협정인 FTA추진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곧, 국제경제질서는 도하라운드(DDR) 보다는 FTA의 체결 붐을 이룬 한 해였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신규 체결된 FTA는 14건, 협상진행중인 FTA는 모두 33건으로 세계 각국의 FTA추진이 매우 활발히 전개된 것으로 조사됐다.
FTA체결 현황을 보면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7건, 미주지역 국가들이 6건, 유럽지역국가들이 1건으로 조사되어 우리나라 주변인 아시아권 국가들이 FTA체결 추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한.칠레와의 FTA의 체결에 이어 일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터어키, 남아공 그리고 중국과의 FTA의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FTA시대가 개막됐다. 전 세계에 발효중인 FTA가 150개가 넘고,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60%를 초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세계무역시장의 주류인 지역주의에 동참하여 열린시장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여 나아갈 계획이다.

한 마디로 FTA시대의 개막은 완전히 열린 개방경제를 의미한다. 제주 농업은 세계를 무대로한 무한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국제경제질서에 직면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품질이 좋은 곳에서 농산물을 공급받고, 또 노임이 싸고 기술이 우수한 지역에서만 농업생산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제 “보호막 없는 경쟁”에서 세계적 농민이 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요컨데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감귤중심의 1차산업은 경쟁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칠레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은 충분한건지. FTA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경쟁력 기반 확충을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은 충분한 건지.

칠레는 과수원예 농산물의 세계 제 2위의 수출 국가이다. 포도수출이 세계 제 1위이며, 자두 2위, 사과.배.키위도 3위, 각종 과실수출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나라이다. 칠레의 과실 가격은 수송비를 포함해 국내산 과실가격이 최저 1/3에서 최고 1/8 수준에 불과하여 도내 감귤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칠레 과수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낮에는 최고 30℃에서 밤에는 최저 영하 10℃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일조량과 현저한 일교차 등 천혜의 지리적.기후적 조건에 의하여 칠레과실이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둘째 과실 생산체제가 6개의 다국적기업의 지배하에 있어 과실 수출물량의 70% 이상을 생산,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칠레의 과실 생산은 대규모 경영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6개의 다국적기업은 생산.유통 및 수출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이들 대규모 경영체는 인근의 중소규모 농장을 수직계열화하여 묘목의 입식에서부터 수확에 이르는 전 생산과정을 지도함은 물론, 최신식 포장센터를 갖추고 회원농장의 과실을 수집.선별.포장하여 고유의 브랜드로 수출하는 일관된 시스템에서 경영함으로써 그 경쟁력은 세계 제 1위이다.

최근 제주농업을 둘러싸고 엄청난 농산물 시장개방의 파고가 밀려들고 있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초일류 농업생산자가 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데 기술개발, 품종개량, 농업구조개선 등 경쟁력기반 확충을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은 충분한 건지. 우리는 국제화, 개방화한다면서 내향적 시각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최근 엄청난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 민겙?모두가 스스로를 살피고 인식과 행동을 조정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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