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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지사와 제주시장 선거에 나설 사람이 줄잡아 20여명이나 된다. 이 중에는 정당공천과정에서 떨어져 나갈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제 풀에 껶여 중도 포기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히 인물 풍년이다. 우리 고장에 이렇게 인재들이 많았던가.

철저한 자질 검증이 있어야 한다. ‘망둥이 뛰듯’ 막무가내로 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을 말릴 도리는 없다. 그러나 모든 경로를 통해 합당하지 않은 인물은 미리 솎아내야 한다. 진정 지사와 시장으로 출마해도 손색이 없을 사람들을 가려내야 한다. 지방정치 무대가 정치노름꾼들의 놀이마당일 수 없다.

자치단체장은 지방정부의 수장(首長)으로서 세 가지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우선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필연적으로 생기는 지방의회와의 대립과 마찰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지방행정을 쇄신하여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자치행정에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여 그것을 지역발전의 동력(動力)으로 발전시키는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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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감안할 때, 어떤 인물이 자치단체장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니, 지역사회의 앞날이 바로 이 문제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에 임하기 전부터 치열한 자질 검증이 있어야 한다. 지사와 시장의 자격요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도 그것을 공론화(公論化)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돌아보면 우리에게 과연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모두가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의 면면을 거명하길 좋아하면서도 막상 그들이 선거에 나설 자격이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하여 시민사회단체에서 그런 논의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 정당들의 공천 논의는 활발한데, 그 과정에서 자질 검증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정당에서 경선하기 전에 중앙당에서 일차 자격심사를 한다는 말도 들리지만,

그것이 자질 검증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앙에서 점을 찍는 그런 구태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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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유권자 스스로 나서야 한다. 현재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이 자질을 세밀하게 검토하여 투표할 때 활용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자치단체장의 역할에 따라, 자치단체장의 자질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도덕성이다. 관료체제의 부패구조는 물론, 토착비리 등 지역부패구조를 사전에 차단하는 도덕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선택하고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는 탁월한 식견과 결단력을 우선으로 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역의식이 투철한갗에 평가의 관점이 두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것을 전력(前歷)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것에 따라 행정에 대한 사고 방식이나 기술, 또는 주민에 대한 자세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피상적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한 사람의 자질은 인격 등 개인적 성향과 철학 등 기본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자질요건에 따라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누구의 대리전’이니 하는 추태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그것은 치열해야 한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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