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동 남쪽에 토산이란 마을이 있다. 50년전 만 해도 이 토산 마을에는 사녀리통 또는 뒤치할망(할머니)이라는 뱀 처녀의 당을 뒤란에 모시고 살아야 했다.

한 많은 한 처녀의 원혼을 달래는 당집으로 이 뱀을 모시지 않으면 그 원한이 그 집 딸에게 옮아붙어 해꼬지 한다고 했다. 이 비극적인 무속은 제주도 남쪽에서 잦았던 외국 선박이 침입이 있었다. 그 선원들은 횡포 에서 탄생하고 있다. 토산 당 본풀이라는 무가에 그 내력이 자상하다.

어느 날 토산에 사는 오 좌수의 딸이 밀물 터 인 삼만으리 소에 빨래하러 갔다. 마침 왜선 한척이 접근하면서 뱃놈들이 야수처럼 달려들어 오 좌수의 딸을 겁탈하였다. 각전 까지 옥황상제의 시녀 같던 미녀가 피투성이 시체가 되어 물 바닥에 내버렸다.

오 좌수의 딸은 이렇게 죽었지만 그 원한은 뱀이 되어 그 마을에 사는 처녀에게 옮아 붙어 해꼬지를 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사상(死相)의 무속이 형성 되어 내려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한 처녀의 원혼을 수 백 년 동안 토산에서 태어난 처녀들에게 숙명적으로 수많은 처녀들을 울려 왔던 것이다. 이 억울한 여인이 넋은 이 마을에 태어난 처녀이면 예외 없이 한 마리 상징적인 뱀으로 분신 하여 따라 다녔다.

그러므로 이 토산 색시는 할머니가 되어 죽을 때까지 집안에 사당(祠堂)을 짖고 이 사신을 모시지 않으면 그 남편이 죽는다는 흉흉한 에언을 받았다. 따라서 처녀가 시집을 갈 때에도 이 뱀을 모시고 가야만 이 우울한 숙명에서 구제 받을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토산 색시를 아내나 며느리로 삼으려 하지 않았다. 그 보이지 않은 원혼 때문에 토산에서 태어난 색시 들은 울며 살아야 했다. 한국 여인들의 이승에서 살 때 비 인간적으로 산 분량만큼 죽어서 보상을 받는다. 그래서 토산 마을에는 사녀리통 또는 뒤치 할망 당집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서 남쪽 제주의 모슬포는 해류 때문인지 이양선(異樣船) 표착이 잦았던 곳이다. 그 유명한 하멜 표류기 화란 선박이 표착 했던 것도 바로 모슬포 근해 송악산 기슭이었다. 그렇지만 선원 30여명을 선박에서 하산하여도 여자들을 겁탈하거나 반항 하면 죽이는 일은 없었다.

기독교를 믿는 서양인들도 역시 부끄러운 행위는 없었다. 그러나 회교(이슬람) 국가나 일본 선원들은 제주에 표착하면  뱃 사람들은 여지 없이 처녀를 보면 겁탈하거나 살해 까지도 서슴치 않았었다. 대저 제주도에 침범 했던 외국 선박이 얼마나 잦았기에 또 그 침범이 얼마나 절박 했기에 제주도의 무속 신화 까지 살아 내려오며 오늘에 이르고 있을까? 금년은 계사년 (癸巳年)인 뱀의 해다. 사실 십이지간(十二支)중에 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뙤리를 틀어 눈에서 나오는 광체가 너무 무섭다.

혀를 낼름 거릴 때에는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징그럽다. 저, 유럽에서도 뱀을 싫어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기독교 성경에는 뱀은 인간을 유혹해서 선과 악의 과를 먹게 한게 사탄이라 했다. 모든 언어에서도 뱀은 사악하고 냉혹하고 교활하며 배신등의 단어가 나온다. 그런데 예수님은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 하라 했다. 예수님 말씀 그대로 지금은 우리 제주 토산에도 옛 전설에 얽힌 숙명적이라고 생각 했던 풍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모든 남녀노소 또한 아릿다운 색시들이 모든이의 선망이 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 산림조합 이사   송  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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