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적으로 그려진 돌, 그러나 돌이 아닌 그것은 '시간과 이미지'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화가가 있다.
화가 문창배씨.
문창배씨가 22일부터 28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개인전 '시간·역사-이미지'를 연다.
문씨가 그리는 돌은 '시간이자 이미지'다. 그가 표상하는 시간은 과거에 자신이 경험했던 돌에 대한 기억의 공간을 관통해온 시간이자, 풍파에 깎이고 깍여 내린 영겁의 세월이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색채의 사용을 회피하며 감정의 개입이 될 여지를 상실시킨다.
그래서 그림은 사진처럼 차갑고 이성적이다.
또한 색채가 삭제된 화면은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보는 이들에게 기억의 시간으로 여행을 유도하는 안내자의 기능을 담당한다. 무중력의 공간을 드러낸다.
그런 이유에서 삼차원적 원근을 암시하는 배경도 삭제돼 무중력의 공간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돌을 그려온 문씨는 또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역사-이미지'라는 타이틀로 내건 고궁과 기와담장, 그리고 바다.
제주출신 중앙대학교수이자 미술평론가 김영호씨는 "문창배의 그림은 예술의 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예술의 본성에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며 "역설적이게도 회화예술의 가능한 모든 것을 거부한 문창배의 그림은 해석의 제로에 서있으며 '시간'과 '역사' 그리고 '이미지' 이외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들의 몫"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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