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문화와 상권을 연계,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화거리(이하 특화거리)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와 행정시, 읍.면.동에서 제각각 지정.운영하면서 특화거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는 물론 주변상권의 반사이익도 미미한 상황이다.

▲ 우후죽순 늘어난 특화거리.

제주도의회와 제주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최근까지 제주도와 제주시, 읍.면.동은 188억6700여 만원을 투입해 특화거리 16곳을 조성했다.

제주시내 특화거리는 신화의 거리(문화컬러사거리-그랜드호텔사거리)와 영화의 거리(산지천-칠성로4가), 탑동 테마거리(서부두 횟집거리-동한두기 구름다리 입구), 고마로 거리(인제사거리-일도지구사거리), 흑돼지 거리(일도1동 간수로 입구-건입동 흑돼지 거리), 서문가구 거리(용담1동 285-1번지-용담1동 144-8번지), 국수 문화거리(일도2동 신산로 및 삼성로 일대), 서부두 명품 횟집거리(탑동 서부두), 바오젠 거리(연동7길), 삼성혈 문화의 거리(신산모루사거리-삼성혈 입구-제주성지), 도심 속 웰빙거리(이도2동 학생문화원-혜성무지개타운), 청소년 녹색 테마거리(이도2동 학생문화원 서측 산지천 주변), 빛의 거리(중앙로 일원), 자연의 거리(남문로-탑동사거리), 문화의 거리(관덕로-동문로터리), 추억愛거리(도두1동 2632번지) 등이다.

이 가운데 신화의 거리(도 관광정책과)와 삼성혈 문화의 거리(도 문화정책과) 등 2곳은 제주도에서 조성했다.

제주시는 영화의 거리(지역경제과)와 탑동 테마거리(도시경관과), 고마로 거리(도시경관과), 흑돼지 거리(위생관리과), 빛의 거리(지역경제과), 자연의 거리(지역경제과), 문화의 거리(지역경제과) 등을 만들었다.

제주시 동(洞)에서도 서문가구 거리(용담1동)와 국수 문화거리(일도2동), 서부두 명품 횟집거리(건입동), 도심 속 웰빙거리(이도2동), 청소년 녹색 테마거리(이도2동), 추억愛거리(도두동) 등 6곳을 조성했다.

바오젠 거리는 제주시 건설과에서 조성, 현재 연동에서 관리하고 있다. 제주시내 어느 지역을 가도 소위 눈만 돌리면 특화거리인 셈이다.

특화거리가 이처럼 난립하면서 본래 조성취지가 퇴색한 것은 물론 비슷한 소재가 다른 지역에서 다시 사용되는 등 이중 투자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제주시는 이들 가운데 실태조사를 실시, 웰빙거리와 청소년 녹색테마거리, 빛의 거리, 자연의 거리, 문화의 거리, 추억愛거리 등 6곳에 대해 특화거리 명칭 사용을 제한하거나 일반도로로 전환할 방침이다.
 
▲ 지정만 하고 관리되지 않는 특화거리.

특화거리를 행정시와 읍.면.동별로 제각각 지정.운영하면서 특화거리가 난립하고 지정 이후에도 종합적인 관리 규정과 지원 근거가 없어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오후 8시 제주시 중앙로 일대 ‘빛의 거리’.

이 일대는 제주시가 2009년 6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5억6800만원을 투입, 지하상가 출입구에 조명을 달고 인도 바닥과 나무 등에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날 확인 결과 현무암 블록 1개에 20개씩 설치된 태양열 LED조명시설 대부분이 고장이거나 현무암 블록에서 아예 빠지면서 구멍이 생긴 곳도 있었다.

또 현무암 블록이 금이 가거나 파손돼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기도 했다.

주민 김모씨(34)는 “인도에 설치된 LED 조명시설이 군데군데 구멍이 난 것처럼 꺼져 있어 오히려 경관을 해쳐 설치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며 “설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중앙로 일대는 ‘자연의 거리’와 ‘문화의 거리’, ‘영화의 거리’, ‘흑돼지거리’ 등이 위치해 있지만 관광객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이 일대에 특화거리가 조성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일대에 각종 특화거리가 조성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흑돼지거리’는 알지만 ‘자연의 거리’나 ‘문화의 거리’ 등은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제주에는 제주를 상징하거나 알리는 특화거리가 조성돼야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특화거리를 만들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설 관리와 홍보 등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테마도 문화도 없는 ‘문화거리’.

이들 특화거리 대부분이 제주와 관련된 신화와 설화, 영화 등을 주제로 ‘문화의 거리’를 지향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화’는 빠졌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제주시 연동 신광로에 조성된 ‘신화의 거리’는 탐라(耽羅) 개벽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거리 어디에도 개벽신화를 만날 수 없다.

이 거리는 신화와 연계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거리 주변에는 신화를 소개하는 안내판이나 조형물 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전시 및 공연공간도 부족하다.

이 같은 사정은 제주목관아(관덕정)를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의 거리’와 칠성로 일대 ‘영화의 거리’도 마찬가지.

‘문화의 거리’와 ‘영화의 거리’에는 각각 5억원과 2억원이 투입됐지만 돌판석 포장과 벤치 외에는 이곳을 알리는 시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동성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은 “문화를 주제로 한 거리는 인물과 삶, 역사 등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만 현재 조성된 거리 대부분은 이런 문화 대신 음식점과 옷가게 등이 점령하고 있다”며 “다양한 제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만들어 학생과 관광객 등에게 제주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거리로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난립한 특화거리 해법은.

우후죽순 난립해 방치되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특화거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특화거리 지정과 관리에 대한 규정도 없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부서 등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의회 손유원 의원(새누리당.제주시 조천읍)이 지난 15일 특화거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주도 상권 활성화를 위한 특화거리 지정 및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은 우선 제주도지사로 하여금 상권 활성화를 위한 특화거리 종합관리계획을 5년 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특화거리 지정 기준과 신청 요건을 명문화했다.

특히 기능 상실과 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특화거리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됐다.

손 의원은 “특화거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종합적인 관리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화 밀집돼 있는 상권을 활성화하고 상권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발굴, 지역 경제 황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