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포커스> 중국인 관광객 급증…소비 특정업체 편중 지역상권 냉가슴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일부 상가는 중국인들이 없어서는 안 될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특정품목과 특정 매장에 집중되면서 대부분의 지역상권인 경우 큰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오후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바오젠 거리’를 찾았다. 차이나타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가족들과 함께 제주관광에 나섰다는 중국인 관광객 장수잉(38·여)씨를 만났다.

장씨는 “쇼핑은 주로 면세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서 했다. 어떤 제품이 있는지 둘러보고 있다”고만 했다.

바오젠 거리에 위치한 화장품 판매장 점원 고모(23·여)씨는 “매장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었지만, 대부분 면세점 등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터라, 큰 매출 신장세는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근의 가방과 신발을 판매하는 매장은 조선족 유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 영업에 나서고 있었다.  그는 “매장을 찾는 손님중 절반이 중국인으로 매출에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당가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뜨문뜨문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기는 하지만 경기침체로 내국인 손님도 뚝 끊겼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중국인 손님이 일부 찾기는 하지만 내국인 수요는 크게 떨어져, 매출신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문제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지속저인 방문 여부”고 말했다.

그는 “바오젠 거리 상당수 상가가 중국인 손님에 의지하고 있는 터라,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끊기게 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국제정세 등에 민감할 뿐 아니라 수용태세가 미비하면 언제든지 급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바오젠 거리 인근에 위치한 매장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내수부진으로 손님이 뚝 끊긴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들도 바오젠 거리에 집중되면서 경영여건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바오젠 거리를 뒤로하고 인근에 위치한 외국인 전용 면세점을 찾아가 봤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온 대형 버스가 줄줄이 매장 앞에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이 일대 교통은 극심한 혼잡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라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 설명해 준다.

20여분 후 쇼핑을 마치고 나온 중국인 관광객들의 양손에는 여러 개의 쇼핑백이 들려 있었고, 면세점 앞에 진을 치고 모여 앉았다. 버스를 기다리기 위함이다.

11일 제주시 중앙로 지하상가. 상가에 들어서자 중국인 관광객들이 뜨문뜨문 눈에 들어왔다. 눈에 띄는 단체관광객을 따라가 봤다. 이들이 찾은 곳은 한 화장품 매장.

이들은 매장 곳곳을 둘러보더니 제품 2~3개 씩을 구입한 뒤, 곧바로 지하상가를 빠져 나갔고 인근에 세워져 있던 버스에 몸을 실어 버렸다.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강모(45·여)씨는 “지하상가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어나긴 했지만, 몇몇 매장을 빼고는 매출신장은 크지 않은 편이라 내수에 의존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지갑을 잘 열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은 “일부 가이드들은 듣기 거북할 정도로 상가 매장들의 상품은 질이 좋지 않다는 식으로 헐뜯으며, 상품 구입을 방해하기도 한다”며 “여행사와 연결된 다른 매장(화교자본 매장)으로 유도해 가기 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동문재래시장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한 건어물 가게 사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기는 했지만 매출에는 도움이 안된다”며 “단체로 우르르 들어와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가는 경우가 태반이라 오히려 영업에 지장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의류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중국인 관광객은 이제 제주관광에 있어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는 대부분 면세점이나 대형할인매장에서 이뤄지면서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지역소득의 역외 유출로 지역경제 파급효과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이야기다.

▲ 넘쳐나는 중국인 관광객…소비, 면세점·대형매장 집중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6만1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가량 늘었다.  반면 일본인 관광객은 35% 이상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2009년부터 일본인을 앞지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전년도의 57만명에 비해 90.1%나 껑충 뛰었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데는 저비용항공사들이 앞 다퉈 중국 관광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4월말까지 제주기점 중국노선 항공기 운항횟수는 모두 1763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40회보다 69.5% 증가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관광 활성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일부 대형매장과 면세점 등에서의 소비가 집중되는 등 특정업체가 실익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비용은 215만여원으로 외국인 관광객 중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주요 쇼핑 장소는 신라면세점(60.3%·복수응답), 롯데면세점(42.3%), 대형마트(29.2%), 공항면세점(25.1%) 이 주를 이뤘다.

상당액의 소득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지역상권인 재래시장(28.4%)과 중앙로 지하상가(25.9%), 신제주 시내 상가(13.2%)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의 주요 구입품목도 화장품이나 의류 등에 한정돼 있으면서, 지역상권에 돌아가는 실질적인 소득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우후죽순 덤핑관광…제주관광 이미지 훼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덤핑 관광상품이 큰 문제다.

제주도의회 제주문화관광포럼이 내놓은 ‘1000만 관광객 시대 제주의 동북아 관광허브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한 여행사가 판매하는 한국(제주 포함) 여행상품 가격은 6박7일 일정이 4380위안(약 74만여원)부터이다. 일본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같은 일정 여행상품과 비교했을 때 30% 정도 낮은 가격이다.

여기에다 업계 과당경쟁으로 원가 이하의 패키지상품을 판매하다보니 쇼핑 강요, 선택관광 등이 이어지며 제주 관광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 질적성장 도모 및 지역상권 연계방안 모색돼야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관광에 적잖은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저가·옵션 관광으로 인해 제주관광 이미지 훼손우려가 상당한데다, 지역상권의 체감도는 크지 않아 대응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강경식 의원은 “관광객들의 체류기간을 늘릴 수 있는 의료, 체험, 휴양 등의 고부가가치 상품도 필요하지만 지역상권과 연계한 상품개발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소득이 돌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실제 이뤄진 소비에 의한 효과와 외부 유출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 면밀히 분석할 수 있는 평가지표도 마련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수용태세를확립이 이뤄지지 않고 제도적 뒷받침과 관광업계의 노력이 없다면 저가 관광, 옵션 관광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단체관광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개별관광으로 관광패턴이 바뀌고 있다”면서 “개별관광객들을 겨냥해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지역상권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개발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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