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탑동 매립지 일대가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것은 2009년 12월. 1991년 매립 완료 이후 지속적으로 월파피해가 발생하는 데다 매립지 수중 호안 침식이 심화되고 탑동 파제벽의 월파방지 기능도 점차 약화되고 있어 근본적인 피해예방 및 안전대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탑동 월파피해로 인한 시설 복구비는 지난해 태풍 ‘볼라벤’과 ‘산바’ 내습 때 7억2900만원, 2009년 ‘나리’ 때 9억300만원 등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22억8300만원이 투입됐다. 월파로 인한 주변 상가의 직․간접 피해까지 감안하면 매년 수십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하고 있다.
재해위험지구 지정 후 제주시가 2010년 이 지역에 대한 안전진단 및 피해예방 대책수립 용역 결과, 월파피해 방지를 위해선 탑동매립지 앞쪽 해상에 기존 서부두와 연결되는 750m의 방파제 시설과 함께 호안 침식 방지 등을 위해 이마트~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 구간 매립지 632m에 TTP(일명 삼발이)를 쌓는 방안이 제시됐다.
제주시는 이 같은 방안을 토대로 2013년까지 총 490억원을 투입해 정비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011년 예산에 설계비 등 15억을 확보했었다.

그런데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면서 탑동 재해예방사업 궤도가 전면 수정됐다. 제주시 용역결과에 따른 TTP 보강과 방파제 시설만으로는 탑동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고, 특히 재난방재사업으로는 지방비 부담이 과중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재해위험지구 정비 사업비는 국비 60%, 지방비 40%로 각각 충당된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사업비를 100% 국비로 충당할 수 있는 항만 건설을 통해 탑동 재해예방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위해 탑동 일대를 관광항만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 정부에 항만기본계획 반영을 요청했다. 탑동 앞바다 추가 매립으로 친수공간 등을 조성하는 등의 계획이 2011년 7월 정부의 제3차 항만기본계획이 포함됐다.
3차 항만기본계획엔 탑동 앞바다 10만8628㎡를 매립하고, 호안(1576m)과 방파제(1181m) 시설 및 상업용지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는 이 계획으로 2011년 10월 당시 국토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요청했지만, 비용편익 비율(B/C)이 0.85로 기준치 ‘1’을 밑도는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이 계획으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탑동항만 건설에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제주도는 이에 국비 지원을 위해 지난해 6월 매립면적을 종전보다 3배(31만8500㎡) 늘린 내용으로 탑동항만 기본계획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주민설명회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어장 황폐화’를 우려하는 도민 반대에 부딪혀 논란만 일으킨 채 사실상 무산됐다.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도 변경된 탑동항만 기본계획에 대해 재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탑동 앞바다에 추가적인 대규모 매립에 대해 반대하는 도민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매립계획 변경은 국비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긴 하지만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분석이다. 변경된 매립계획면적은 현 탑동매립지(16만5000㎡)의 약 2배 규모. 기존 매립지에도 가용공간이 많이 남아 있는 점을 들어 “해양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 뻔한 추가 매립이 꼭 필요하냐”라는 비판이 도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또 탑동항만에 마리나 시설 조성 계획도 도내에 이미 도두항 등 5곳이 이미 마리나항으로 지정돼 있는 상황에서는 지역균형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이처럼 탑동 앞바다 추가 매립계획이 힘을 얻지 못하면서 상습적인 월파 피해 등 재해예방을 위한 별도의 사업계획 마련이 필요해졌으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탑동 재해위험지구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해양매립을 최소화하면서 월파피해 등 탑동지역의 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원은 이와 관련, “재해위험지구 재해예방사업에 따라 탑동 앞바다에 단순히 파제벽을 쌓는 것은 경관 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무의미하다”며 “매립면적은 도민 합의가 있어야 할 사항이지만 방파제 조성 후 배후부지 매립을 통해 공원과 주차장, 상업용지 등 조성과 함께 현재의 탑동 광장 일부를 해체해 과거 탑동의 명물거리였던 ‘먹돌밭’을 재현하고 모래사장도 조성했으면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또 “탑동 월파방지 대책은 마냥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빨리 사업 방향을 정해 조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탑동 월파피해 대책과 관련해 현재까지 도의 방침은 항만시설 확충과 재해예방을 같이 하자는 것”이라며 “사회협약위원회의 제안 등도 반영한 ‘제주항 탑동항만 타당성 용역’ 결과가 오는 10월 도출될 예정으로 그때까지는 도민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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