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도 난항…"동굴훼손 책임 물을 것"
관음사 왕벚나무·섭지코지 용암동굴 남은 과제는

2일 제주도지정문화재인 왕벚나무가 훼손된 관음사 현장은 황폐화된 그대로 방치돼있었다.
현재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 제초제가 투여된 2그루 중 1그루는 잎과 줄기가 까맣게 타들어간 채 사실상 말라죽어 있었다.
다른 왕벚나무는 고사는 피했지만 나무 곳곳에 링거 영양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었다.
또한 인근에 무단벌채 된 졸참나무 등 20여본의 밑동은 흙과 풀로 뒤덮인 채 방치돼있었다.
이 현장을 지켜보던 최모(44.여)씨는 “올해초에 왔을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보호돼야 할 문화재가 이렇게 사라진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범인을 잡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제대로 된 후속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벚나무에 제초제가 투여된 것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6일 오전. 그것도 공무원이 아닌 왕벚나무 병해충 방제작업을 하기 위해 찾아간 위탁업체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당시 왕벚나무 1그루는 잎과 줄기가 까맣게 말랐고, 나머지 한그루도 잎이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는데다 2개 나무 모두에서 드릴로 구멍을 뚫은 흔적이 발견돼 누군가의 고의적인 제초제 투여가 의심됐다.
또한 주변 후계목 3그루와 피나무 1그루에서도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투여한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제주시는 제초제가 투여된 시기가 지난 4월 20일 전후로 추정됨에 따라 보름이 넘도록 문화재 훼손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경찰은 현장 유류품이 없는데다 목격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찰관계자 탐문수사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유동인구가 많은 사찰의 특성상 농약투여 및 발견 시점의 CCTV 분석도 용의자 특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시료성분분석결과 제초제 성분이 확인돼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 김모(34)씨는 “행정당국이 조금만 일찍 발견했어도 문화재인 왕벚나무가 이 지경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소중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행정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허술한 문화재 관리체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왕벚나무 제초제 투입은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기에 수사 결과를 지켜볼 방침이다”며 “영양제를 투입중인 왕벚나무에 대해서는 생육상태 관찰 후 자문 등 추가 대책 및 후속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섭지코지 콘도미니엄 신축 공사장에서 발견된 용암동굴과 관련해서도 허술한 문화재 관리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용암동굴은 짧은 수직동굴이지만 용암생성물이 다양하게 남아 있는 학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다.
특히 용암동굴 주변으로 당처물동굴과 유사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석회질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이 커 이 일대에 대한 정밀조사가 요구되고 있지만 용암동굴 발견에서 조사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용암동굴이 훼손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이 공사현장에서 동굴이 발견 된 것은 지난달 16일. 지역 주민과 공사 인부 등에 의해 동굴 발견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다.
그런데 공사 발주처와 시공업체 어느 누구도 서귀포시에 동굴발견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섭지코지 일대 화산 생성 과정을 밝혀줄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용암동굴 일부가 훼손됐다.
윤봉택 서귀포시 문화재담당은 “최근 동굴의 훼손 여부와 동굴형성 시기, 특징, 규모, 문화재적 가치, 보존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 조사를 실시했다”며 “동굴 벽면에 용암종유관, 동굴산호, 용암석순 등 용암 생성물이 다양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윤 담당은 “동굴을 발견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고 공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용암동굴 일부가 훼손됐다”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엄중히 묻도록 하겟다”며 형사 고발 등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매장문화재에 대한 관리와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중한 문화재가 훼손되고 있어 사전 충분한 조사와 함께 매장문화재 발견 시 처리 방안 등에 대한 홍보강화 등이 요구된다.
한편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섭지코지 일대에 당처물동굴과 유사한 화산 생성 과정을 밝혀줄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이 커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소장은 “동굴 주변에 보이는 하얀 종유석들이 석회질 동굴 생성물로 당처물동굴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발견된 동굴을 제외하고 섭지코지 일대에 화산 생성과정을 밝혀줄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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