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발전은 좋은 것인가. 지역사회 혁신은 이 물음에 답함으로써 시작해야 한다. 지역사회 발전은 단순히 주민소득의 증대라는 경제적 의미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회적 생산력이 극대화되고 경제규모가 증대되는 것은 그 효과일 뿐, 오히려 발전은 사회체계의 변화와 양적 성장이 동반되는 총채적 현상이다.

그러나 ‘어느 것이 최종 요인인갗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생산관계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제도와 의식의 변화가 최종 결정 역량이라는 주장이 있으며, 좁은 의미의 생산력이 바로 그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것에 상관없이, 발전의 의미와 내용이 오로지 소득의 향상으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잘 살고자’하는 인간의 본능과 연결지어 판단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 살고자 하는 속성이 있음을 논리의 바탕으로 하여, 과연 그 내용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하는데 있다.

대량소비사회에 살고 있는 도시의 중산층이 느끼고 잇는 행복감과 목가적인 노동과 삶을 즐겼던 옛날 농촌의 중산층이 가졌던 행복감 중 그 정도에 있어 어느 쪽이 더 큰가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잘 산다는 의미가 ‘소득의 향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물질적 욕구보다 ‘사람 취급 받기 원하는 마음’은 더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다. 여기서 물질적 생산의 극대화와 그 조건은 인간 생활을 넉넉케 하는 발전의 수단일 뿐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사회에 집적된 발전적 에너지

지역사회 발전을 추진하는 원동력은 지역 주민들속에 집적된 사회적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이 사회적 에너지는 지역 주민의 역사의식과 생활감정에서 형성된다. 여기에 지방언론이 해야 할 사명이 있다.

대자본 위주의 중앙집권하에서 언론마저 중앙 위주로 획일화된다면 지방의 다양한 문화적 사회경제적 가치관이 변질되고, 그마저 획일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방언론은 지역주민들속에 집적된 사회적 에너지를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필요하다면 주민을 동원하고 조직해야 한다. 언론매체가 다양하고 그 활동이 자유로울수록 더욱 그래야만 한다.

여론형성을 위한 광장으로

사회개혁을 위한 언론의 기능은 다양하다. 우선 여론 형성을 위한 광장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여론은 일정한 문제에 대하여 상당수의 사람들이 표현하는 복합적 선호이다. 언론은 지역 주민에게 특정문제가 있음을 알리고, 동시에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익집단간의 갈등과 이해 조정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한 사회안에는 다양한 이익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이 서로 이해(利害)를 달리하는 경우에는 사회에 갈등이 생기게 된다. 그 갈등을 전체 사회의 안정을 전제로 하여 조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회 통합자로서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 사회가 분화되고 전문화되면 될수록 서로간의 상호의존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분화된 체계를 통합시켜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하고, 동시에 전체로서 하나의 일체감을 갖도록 하는 것 역시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여론의 참된 생산자 주체화

그러나 그것을 ‘지방언론’으로 한정할 경우, 그 역할은 매우 구체적이다. 지역사회가 발전하려면 지역의 역사와 생활감정에서 형성된 지역주민의 강한 ‘지역의식’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이 지역사회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와 자기를 동일시 할 때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면에 ‘지방언론’이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 주민을 지역 여론의 참된 생산자로 주체화시켜야 한다.

첫째 지역적 특수이익을 존중하고 그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아무리 국가적 이익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지역사회 이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방언론’은 지역사회의 이익을 국가적 이익과 동일선상에 놓고 가늠해야 한다.

둘째 올바른 지방행정을 위해 비판과 감시기능을 다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있다 하여 ‘지방언론’의 비판 감시기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행정적 타성을 지역의식으로 바람직하게 유도하고,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까지 감시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 개혁을 위한 지역 내부의 역량 함양과 그 잠재력을 개발하고, 발전과 개발의 허위의식까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지방언론’의 몫이다. 발전과 개발계획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여 주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의 한계를 적시해야 한다.

언론 수용자의 자유도 함께

넷째 지역사회의 통합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통합은 수평적인 면과 수직적인 면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비단 평균적인 상향을 도모하는 것뿐만 아니라, 밑의 수준을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작업도 중요하다. 우리가 각종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제1차산업의 발전에 의미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섯째 지역사회의 문화 창달에 앞장서야 한다. 문화 주체성의 확립은 각 지방의 특수한 문화적 토양위에 지방문화를 향토문화로 정착할 때 가능하다. 지역사회 고유의 문화나 역사 전통 등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섯째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오랜 중앙 집권적 현상은 지방에 극심한 인재난을 초래했다. 따라서 ‘지방언론’은 지방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일곱째 ‘토론의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의 자유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매채 설립이 자유로운 지금, 언론 수용자의 자유에 비중을 둬야 한다. 지역 문제에 대한 의견 발표의 장(場)을 마련하여 능동적인 발언자로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언론은 거듭나야 한다.

개발의 대가로 지역 주민의 고통이 증가하고, 의미있는 삶이 파괴된다면 그러한 개발은 차라리 그만 두는 게 좋다. 따라서 발전의 현상적 기능적 측면에만 눈을 돌리고, 본질적 구조적 측면에는 애써 눈을 감아 버리는 경향이 개선되지 않는 한 오늘의 문제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해결할 수가 없다. 개발의 이면을 아름다운 말로 포장하는 거추장스런 허위의식이 그동안 일을 얼마나 어렵게 해 왔는가를 되돌아 보면 그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그 어떤 혁신계획도 지역 주민들의 삶의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를 사고(思考)의 발단으로 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여기에 ‘지방언론’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지역 주민을 지방언론의 참된 생산자로 주체화시켜야 한다’는 말로 집약된다. 그러기 위해서 ‘지방언론’은 치열하게 반성해야 한다. ‘제주사회를 바꾸자’ 그것은 언론의 책임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